loading

심리상담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완벽한 치유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심리상담이라는 게 드라마처럼 드라마틱하게 내 인생을 바꿔줄 거라 기대한다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30대 중반인 저도 사회생활을 하며 회피성 성격장애와 비슷한 무력감을 겪었고, 그때 처음 비대면 심리상담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제 고민이 10회기 안에 말끔히 해결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처음 상담 전화를 걸 때 손이 떨리고 ‘이걸 한다고 정말 나아질까’ 하는 의구심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상담, 돈과 시간의 현실적 계산

심리상담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동네 청소년심리상담센터나 가족상담센터를 찾아보면 1회당 5만 원에서 15만 원까지 분포합니다. 저렴하다고 무조건 안 좋은 건 아니고, 비싸다고 실력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시간당 8만 원짜리 온라인 상담을 12회 정도 진행했습니다. 비용만 따지면 100만 원 가까이 들었는데, 사실 상담이 끝난 직후에는 ‘내가 이걸 왜 했나’ 싶었습니다. 오히려 상담 과정에서 드러난 제 내면의 밑바닥을 마주하는 게 더 고통스러웠으니까요. 상담 전에는 막연한 우울감이었다면, 상담 후에는 ‘아, 내가 이런 부분 때문에 이토록 도망치고 싶어 했구나’라는 아주 아픈 명확함이 생겼습니다. 이게 저에겐 가장 큰 변화이자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흔히 하는 실수와 비대면 상담의 맹점

많은 분이 ‘상담사가 내 문제를 해결해 주겠지’라는 수동적인 태도로 접근합니다. 이게 바로 이 바닥에서 가장 흔히 보는 실수입니다. 상담사는 가이드를 줄 뿐, 행동하는 건 오롯이 본인의 몫입니다. 비대면 심리상담의 경우 화면이나 전화기 너머의 상담사가 내 감정을 100% 읽어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상담 중 상담사가 제 의도를 오해해서 화가 났던 적이 있는데, 그때 ‘그만둘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오해를 풀기 위해 내 감정을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사실은 상담의 핵심이더라고요. 얼굴을 보지 않는다는 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익명성 뒤에 숨어 더 솔직해질 수 있지만, 동시에 중요한 비언어적 신호를 놓칠 위험도 큽니다. 저는 솔직히 아직도 상담이 제 증상을 완벽히 없애줬다고 확신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 성격의 일부분을 받아들이는 법을 익혔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언제 시작하고, 언제 멈춰야 할까

우울증 전화상담이나 분노 조절을 위한 상담이 무조건 답은 아닙니다. 때로는 환경을 바꾸는 게 훨씬 빠를 때가 있습니다. 저는 상담을 받으면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직장을 옮겨야 했습니다. 상담은 증상을 가라앉히는 진통제 역할은 하지만, 근본적인 외부 요인(지독한 인간관계나 업무 환경)을 해결해주진 않습니다. 그래서 상담을 받을지 말지 고민된다면, 자신의 고민이 ‘내 안의 문제’인지 ‘외부 환경의 문제’인지부터 구분해보세요. 후자라면 상담비를 내기보다 그 비용을 퇴사를 위한 버퍼 자금으로 쓰는 게 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이 24시간 나를 잠식한다면 109번 같은 자살예방 상담전화나 가까운 전문기관에 먼저 연락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여기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겠다고 완벽한 센터를 찾으려 애쓰는 게 오히려 회피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그냥 지금 당장 상담사와 1회기만 해보고 결정하세요. 이게 가장 실질적인 단계입니다.

누구에게 필요한가

이 조언은 스스로의 패턴을 인지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유용합니다. 반면, 즉각적인 약물 치료나 강제적인 환경 변화가 필요한 상태라면 상담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이 우선되어야 하는 상태인데 상담만 고집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상담은 치료의 과정일 뿐, 결과가 아닙니다. 다음 스텝으로는 거주지 근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무료 상담 프로그램이 있는지 검색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돈을 들이기 전에 공공기관의 문턱을 한 번 넘어보세요. 다만, 센터의 상담 인력은 늘 부족하고 대기 시간이 길다는 점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완벽한 상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는 과정 자체가 고된 작업임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심리상담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완벽한 치유란 없다”에 대한 1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