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갑자기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마음챙김 프로그램이라는 걸 들으라고 공지가 내려왔다. 예전에는 근골격계 교육이나 산업안전교육 같은 것만 주야장천 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이런 상담 프로그램 같은 게 의무처럼 끼어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좀 짜증이 났다. 그냥 책상에 앉아서 처리해야 할 서류도 산더미인데, 이걸 굳이 왜 외부 강사까지 불러서 교육실에 모아놓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강사는 꽤 유명한 심리상담센터 소장이라고 소개받았는데, 첫 마디가 ‘다들 요즘 많이 힘드시죠?’였다. 그 말 한마디에 갑자기 다들 헛웃음을 지었다. 왠지 모르게 그 분위기가 더 어색해서 나는 괜히 펜만 만지작거렸다.
억지로 마주하는 감정이라는 것
프로그램 중간에 ‘직무 스트레스 자가 진단’이라는 걸 시켰다. 문항을 쭉 읽어보니 사실 다 내가 평소에 느끼는 것들이긴 했다. ‘업무가 과도하다’, ‘동료와의 소통이 어렵다’, ‘퇴근 후에도 업무 생각이 난다’ 같은 것들. 체크를 하다 보니 새삼스럽게 내가 진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구나 싶어서 기분이 묘했다. 평소엔 그냥 ‘다들 이렇게 사니까’ 하고 넘겼던 감정들을 숫자로 점수화해서 적어내려니 왠지 패배한 기분이 들었다. 상담사가 다가와서 내 점수를 슬쩍 보더니 ‘혼자 너무 짊어지고 계신 건 아니냐’고 물어봤다. 그냥 ‘다들 그렇죠 뭐’라고 대답했는데, 그 사람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서 오히려 더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차라리 그냥 형식적인 강의였으면 졸기라도 했을 텐데, 왠지 마음이 조금 불편해지는 느낌이었다.
퇴근길에 떠오른 어색한 대화들
강의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옆 부서 동료를 만났다. 그 사람도 꽤 덤덤한 표정으로 나왔는데, 사실 속으로는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비용이 얼마인지 회사 게시판에 공고가 떴던 걸 본 적이 있는데, 한 회기에 대략 1인당 10만 원 꼴이었던 것 같다. 그 돈이면 차라리 맛있는 거라도 사 먹게 해주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이런 시간이라도 강제로 주어지지 않으면 평생 내 마음 같은 건 돌아보지 않고 살았을 것 같기도 하다. 상담사가 말했던 ‘감정 노동자 보호법’이나 그런 제도들에 대해 설명할 때는 조금 솔깃하기도 했다. 사실 항만이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무실 안에서의 스트레스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마음
결국 이런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 남는 건 약간의 피로감과 ‘내가 진짜 괜찮은가?’ 하는 의문뿐이다. 며칠 뒤에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 조사한다고 또 안전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한다. 몸도 마음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이상하게 이렇게 정해진 틀 안에서 교육을 받고 나면 더 피곤해지는 건 왜일까. 며칠이 지나도 상담사가 마지막에 했던 ‘본인을 좀 더 돌봐주세요’라는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그게 어떻게 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알려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그냥 멍하니 TV를 보는 게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인데, 그것도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출근길을 반복하겠지. 마음챙김이든 뭐든 결국엔 내일 마감해야 할 일들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마음챙김 프로그램 끝나고 나서 그런 피로감 느껴보기도 하네요. 멍 때리는 시간도 휴식의 일부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스스로 조절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자가 진단 문항을 보니 저도 비슷한 감정들이 많더라구요. 업무량 때문에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느낌이 계속 드네요.
직무 스트레스 자가 진단 문항을 보면서, 업무량이 많다는 점이 특히 와닿았어요. 마치,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