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청소년 우울증 상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복잡한 현실의 단상들

가끔 주변 지인들이 아이의 변화를 두고 고민을 털어놓을 때가 있다. 특히 중고등학생 시기, 2차 성징과 맞물려 아이가 예민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들 하지만, 가끔은 그 선을 넘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아는 한 후배는 딸아이가 갑자기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SNS에만 몰두하자 성조숙증 문제인가 싶어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정작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까지 고려하게 된 경우가 있었다. 기대했던 건 ‘사춘기니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라는 답변이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복잡했다.

상담이 무조건적인 정답이 아닌 이유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 상담을 받으면 드라마처럼 단번에 마음이 풀리고 해결책이 나올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실제 경험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상담은 종종 ‘고통스러운 과정을 확인하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청소년 우울증 상담을 시작할 때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는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빠르게 정상화시키려 조급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는 과정에서 겪는 저항감은 상상 이상이다. 어떤 아이들은 상담실에 앉아 있는 것 자체를 고통스러워한다. 이 과정에서 상담 비용(회당 8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과 이동 시간, 그리고 아이와의 실랑이까지 고려하면 이게 과연 최선인지 끊임없이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병원과 상담센터, 어디로 가야 할까

청담 정신건강의학과 같은 전문적인 곳을 가야 할지, 아니면 학교의 Wee 클래스나 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비용 대비 효과’가 아니라 ‘아이의 현재 에너지 상태’다. 우울감이 깊어 일상생활(식사, 수면 등)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면 약물 치료가 병행될 수 있는 정신과가 우선이고, 일상 유지는 되지만 정서적 환기가 필요한 상태라면 상담이 적절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5회기 정도의 상담을 먼저 권해보고 싶다. 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이라도 아이가 상담사와의 합을 맞춰보는 경험 자체가 나중에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자산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이조차도 아이가 거부하면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99%다.

기대를 내려놓는 연습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우울증이 씻은 듯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받아들이기 어렵다. 내가 지켜본 한 사례에서는, 6개월간 꾸준히 상담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증상이 전혀 나아지지 않아 부모가 실망하고 상담을 중단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아이는 그 과정에서 ‘내가 우울해도 나를 지지해주는 공간이 있었다’는 기억을 얻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없었지만, 내면의 무너짐을 막아주는 일종의 댐이 생긴 셈이다. 이처럼 우리가 기대하는 결과와 실제 일어나는 변화는 다를 때가 많다.

현실적인 trade-off

상담을 택하면 아이의 학업 스케줄이 꼬이고 비용적 부담이 크다. 하지만 상담을 선택하지 않고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라며 방치하면,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문제가 번질 위험이 있다. 이게 바로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뼈아픈 현실이다. 사실, 우울증 상담은 정답이 없다. 아이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힘을 기르게 할 것인지, 아니면 당장의 불안 증상을 잠재울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나는 때때로 상담조차 사치라고 느끼는 가정의 상황도 이해한다. 하지만 작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심리상담 바우처 사업 등을 활용해보는 것만으로도 막막함은 조금 줄어들 수 있다.

누가 이 길을 가야 할까

이 조언은 아이가 변화의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거나, 부모가 아이의 우울을 자신의 통제 범위 밖의 일로 인정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한 분들에게 유용하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아이를 ‘수리’해서 다시 학업에 전념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부모라면, 이 과정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 좋다. 그건 상담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억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다음 단계는, 거창한 상담 예약을 잡기보다 아이와 함께 하루 15분이라도 아무 목적 없는 산책을 하며 ‘상태가 어떤지’ 묻는 것, 그 정도에서 시작해 보길 권한다. 물론, 이것조차 아이가 거부한다면 억지로 하지 마라. 때로는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유일한 전략일 때도 있으니까.

“청소년 우울증 상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복잡한 현실의 단상들”에 대한 4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