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센터를 찾기까지의 길고 지루한 과정
솔직히 말하면 상담센터를 처음 예약하려고 마음먹었을 때가 작년 겨울이었다. 그때는 정말 당장이라도 누구든 붙잡고 내 이야기를 쏟아내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인터넷에 미아정신과나 주변 심리상담연구소를 얼마나 검색했는지 모른다. 광고성 글들 사이에서 진짜 사람 냄새나는 곳을 찾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결국 괜찮아 보이는 상담 센터 몇 곳을 골라 리스트를 만들고, 가격도 비교해봤다. 회당 10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의 평화를 사는 데 불가능한 액수도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전화기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예약금을 걸어야 한다는 말에 덜컥 겁부터 났다. 상담을 시작하면 진짜 내가 가진 문제들이 다 드러날 것 같아서, 혹은 아무 성과도 없이 돈만 쓰고 끝날까 봐 두려웠던 것 같다. 그렇게 예약 버튼을 누르기까지 반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첫 상담 날의 어색함과 생각지 못한 당혹감
결국 집 근처에 있는 여성상담센터에 예약을 잡았다. 센터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예상치 못한 무안함을 느꼈다. 로비에 앉아 있는 다른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까 봐 괜히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내가 여기 온 이유를 남들이 알까 봐 혼자 지레짐작하며 긴장했던 것 같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인사를 나누는데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미리 준비해둔 말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상담사님이 건넨 “어떤 점이 가장 힘드신가요?”라는 뻔한 질문에 나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50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고, 막상 내가 느끼는 불쾌한 감정의 실체는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한 채 첫 시간을 마쳤다. 상담이 끝나고 나오는데 오히려 더 피곤하고 멍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기대했던 ‘속 시원함’은 전혀 없었다.
신경영양제와 상담 사이에서 느끼는 막막함
상담을 몇 번 더 다니면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상담사님은 내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지만, 매번 세션이 끝나고 나면 나는 다시 일상의 똑같은 문제들과 마주한다. 가끔은 상담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신경과에 가서 신경영양제라도 처방받아야 하나 고민도 된다. 스트레스 검사지에서 ‘높음’이 나왔다는 결과는 명확한데, 상담실에서 나누는 대화는 너무 추상적일 때가 많아서다. 어떤 날은 상담사님이 내 과거의 트라우마를 짚어주시는데, 그게 맞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어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했다. 전문가가 제시하는 방향과 내가 느끼는 현실 사이의 괴리는 생각보다 깊었다. 상담을 계속 받는다고 해서 이 불안이 완전히 사라질까? 여전히 모르겠다.
상담료 지불이 가끔은 숙제처럼 느껴질 때
회당 상담료가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알림이 뜰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든다. 이 돈이면 사고 싶었던 물건을 몇 개는 더 살 수 있었을 텐데 싶다가도, 상담을 안 받으면 일상생활에서 겪는 사소한 예민함들이 더 커질 것 같아 다시 예약 문자를 보낸다. 일종의 ‘마음 보험’을 들고 있는 셈이라고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가끔은 내가 돈을 내고서라도 나의 고통을 확인받으러 가야 하는 상황 자체가 서글프다. 어떤 사람들은 상담 한 번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하던데, 나는 아직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는 경험하지 못했다. 그냥 일주일 중에 딱 하루, 나를 위한 시간을 억지로 만들어두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그래도 여전히 상담실을 나오는 길은 왠지 모르게 가볍지 않다.
결론 없는 기록의 끝
상담을 시작한 지 이제 세 달이 넘어가는데, 솔직히 여전히 내가 상담을 잘 받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더 나아진 것 같으면서도 어느 날은 갑자기 예전의 무기력함이 훅 치고 들어온다. 상담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내 마음의 상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인지하게 된 것? 아니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내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강제성?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상담 예약 문자를 보내놓고, 며칠 뒤에 상담사님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이 글을 쓴다. 무언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그냥 이 불안정한 상태를 조금이라도 더 길게 관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완벽하게 해소되는 날이 오기는 할까.

처음 상담실에 들어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완전히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