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겪어본 기묘한 소음들
한 두 달 전인가,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면 자꾸 옆집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그냥 옆집 사람이 부부싸움을 하나, 아니면 층간소음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이게 며칠 반복되니까 사람이 미치겠더라. 새벽 2시, 3시가 되어도 들리는 그 소리 때문에 나는 결국 안방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 귀를 기울이곤 했다. 막상 나가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다시 침대에 눕기만 하면 그 작고 또렷한 목소리들이 들려오는 거다. 그때는 정말 내가 이상해진 게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다
무작정 검색창을 열었다. ‘환청’, ‘조현병증상’, 이런 단어들을 계속 눌러봤다. 홍현주 교수의 책도 찾아보고, 정신건강상담을 받은 사람들의 커뮤니티 글도 훑어봤다. 글마다 내용이 너무 달랐다. 누구는 약을 먹고 다 나았다고 하고, 누구는 인천정신병원입원이나 전주정신병원 같은 곳을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알코올중독증상이나 약물중독치료 이야기도 나왔는데, 나는 술도 안 마시고 약도 안 먹는데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보호입원이라는 단어를 볼 때는 손이 떨렸다. 내가 정말 그런 곳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가, 그런 공포가 밀려왔다.
무거운 마음으로 찾아간 병원
결국 동네에서 좀 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진료비는 초진이라 대략 3만 원에서 4만 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세상이 다 무채색으로 보였다. 다들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나만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덤덤하게 조현병의 스펙트럼이나 도파민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때는 너무 우울했다가, 어떤 때는 갑자기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지기도 했던 내 지난날들이 사실은 뇌의 문제였을까. 상담을 받으면서도 나는 내 증상이 저 멀리 있는 병적인 상태가 아니라, 그냥 내 뇌가 조금 과부하가 걸린 건 아닐까 하는 얄팍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약 봉투를 들고 나오던 길
약물 처방을 받고 약국에서 나왔다. 사실 이 약을 먹으면 환청이 바로 사라질지, 아니면 내가 평생 약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 될지 아무도 확답을 해주지 않았다. 약 봉투를 가방 깊숙이 쑤셔 넣고 한참을 멍하니 걸었다. 조현병치료라는 게 무슨 거창한 수술이나 입원만 떠올렸는데, 결국은 매일 같은 시간에 챙겨 먹는 알약 몇 알이 전부라는 게 더 허탈했다. 어쩌면 나만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니 사실은 그게 더 무서운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집에 돌아와 약을 하나 먹었다.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환청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치료가 된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뇌를 마비시킨 건지 모르겠다. 가끔 밤에 조용할 때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소리가 있긴 하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이 소리가 정말 뇌의 오작동인지, 아니면 내 삶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 나타난 경고인지, 의사 선생님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지금은 일단 약을 먹으며 버티고 있지만, 이게 얼마나 길어질지 혹은 언제쯤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게 참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며칠 전에는 아예 약을 끊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다시 그 소리가 들릴까 봐 무서워서 다시 물을 한 컵 떠왔다. 참 기묘한 노릇이다.

밤에 들리는 소리 때문에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이 안 돼요. 약 먹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는 게 더 마음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