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서 고민했던 시간
사실 몇 달 전부터 머리가 계속 지끈거려서 이게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니면 어디가 아픈 건지 헷갈리는 시기가 있었다. 그냥 타이레놀 몇 알 먹고 버티면 되겠지 싶었는데, 이게 한 달 넘게 가니까 슬슬 무서워지더라. 친구 중 한 명이 도저히 안 되겠으면 강남 근처에 있는 심리상담센터 가서 검사라도 받아보라고 했다. 종합심리검사 가격을 알아보니 30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까지 하더라. 단순히 상담만 받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지표로 내 상태를 보고 싶어서 큰맘 먹고 예약했다. 예약 잡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직장인이라 평일 저녁이나 주말밖에 안 되는데, 이미 한 달 뒤까지 꽉 차 있어서 3주를 기다렸다.
검사 당일의 묘한 긴장감
예약 당일, 센터에 들어가니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오히려 더 숨 막히게 느껴졌다. 문진표를 작성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검사를 시작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길었다. 중간에 그림도 그리고, 문장 완성하기 같은 걸 하는데 내가 도대체 뭘 쓰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검사 시간만 거의 3시간 가까이 걸렸던 것 같다. 처음에 상담사분은 3시간 동안 제가 집중을 잘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중간에 ‘이게 정말 내 상태를 말해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특히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내가 왜 이렇게 충동적으로 화를 내는지’에 대한 답이었는데, 검사지에는 그런 걸 다 담아내기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과가 나왔는데도 딱히 시원하지 않았다
결과를 듣기로 한 날 다시 방문했다. 2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줬는데, 글자가 너무 많아서 읽다가 포기하고 싶었다. 핵심은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라는 건데, 사실 이건 나도 알고 있던 거 아닌가 싶어서 맥이 좀 빠졌다. 뭔가 엄청난 원인을 발견해서 바로 해결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당신은 이런 성향이니 스스로 조절해야 합니다’라는 식의 조언이 따라오니 더 막막했다. 건망증이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더니 그건 인지 기능의 문제라기보다는 에너지가 고갈되어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병원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두통의 원인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럼 당장 내일 출근해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쩌라는 건지 답이 없었다.
혼자서 풀어내야 하는 숙제들
상담사분이 숙제처럼 준 게 몇 가지 있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지키고, 하루에 30분씩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 이게 말이 쉽지, 퇴근하고 집에 오면 8시가 넘는데 씻고 정리하다 보면 이미 11시다. 거기서 어떻게 30분을 온전히 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전에는 스트레스 측정 어플도 써봤는데, 숫자로 내 상태가 나쁘게 찍히니까 오히려 더 불안해지기만 했다. 요즘은 그냥 머리가 아프면 병원에 가기보다 유튜브에서 명상 음악을 틀어놓는데, 이게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잠깐 딴짓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퇴근길 버스 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볼 때면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다. 이게 나아지고 있는 과정인 건지 아니면 그냥 참고 있는 건지 여전히 헷갈린다.

그림도 그리고 문장도 완성해야 했다니, 정말 집중하기 힘들었겠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부분이 특히 더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유튜브 명상 음악은 정말 편해서 좋네요. 저도 가끔 비슷한 방법을 시도하는데, 30분이라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 그리는 부분에서 좀 헷갈렸던 것 같아요. 제가 집중력이 안 좋아서 그런가, 아니면 검사 자체가 뭔가 어려웠던 건지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