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까지 어색했던 자기소개 시간
결혼을 앞두고 다들 한다는 그 예비 부부 교육이라는 걸 신청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원해서라기보다는 그냥 분위기가 다들 한 번씩은 듣고 간다는 압박이 좀 컸다. 집 근처에 있는 가족상담센터에서 4주 과정으로 진행되는 거였는데, 토요일 오후마다 시간을 내는 게 생각보다 꽤 번거로운 일이었다. 첫날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의 그 공기는 정말 묘했다. 서로 쭈뼛거리며 앉아있는 예비 부부들 사이에서 왠지 모를 경쟁심 같은 것도 느껴졌고, 다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우리가 여기서 대체 뭘 얻어가야 하지?’ 하는 표정들이 읽혔다. 강사님이 가벼운 아이스브레이킹을 시도할 때마다 나오는 억지웃음이 왠지 모르게 거실 소파에서 겪었던 현실적인 말다툼들을 더 생각나게 만들었다.
매주 10만 원씩 나가는 교육비가 아까워질 때
한 번 갈 때마다 10만 원이라는 비용을 지불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체감이 컸다. 신혼집 인테리어 잔금 치를 돈도 모자란 판에 이런 교육에 비용을 쓰는 게 맞나 싶어 괜히 남편한테 짜증을 냈던 날도 있었다. 특히 두 번째 주에는 대화법에 대해 배웠는데, 강사님이 제시한 ‘나 전달법’이라는 게 실전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았다. “나는 네가 설거지를 안 해서 서운해”라고 말하는 게 이론적으로는 완벽할지 몰라도, 실제 싸움 상황에서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더 비꼬는 상황이 오지 않나. 그런 생각을 속으로만 삭이면서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이 너무 가식적인 것 같아 괴로웠다.
상담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고 낮았다
센터 복도에 붙어있던 안내문을 보니까 여기서는 우울증 상담이나 조현병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도 같이 운영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받는 결혼 준비 교육은 어쩌면 아주 평범한 고민의 영역에 속하는 건데, 왜 이렇게까지 유난을 떨며 배우고 있는 건지 가끔 의문이 들었다. 마음상담소라는 간판 아래서 누군가는 정말 절박하게 눈물을 훔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옆방에서 신혼 초 싸움을 어떻게 현명하게 피할까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문득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대인기피증이나 심각한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는 참 배부른 고민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결혼이라는 게 결국 이런 평범한 껍데기 아래서 서로의 밑바닥을 보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생겼다.
스킨십과 거리에 대한 모호한 정의
세 번째 시간에는 부부 간의 적절한 물리적 거리나 스킨십에 대한 주제가 나왔다. 다들 낯뜨거운지 아무도 말을 안 하고 강사님만 열심히 떠들다 끝났다. 솔직히 스킨십이라는 게 누가 정해주는 규칙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날그날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거 아닌가. 교육 내용 중에 ‘주 3회 이상의 대화’라든가 ‘잠들기 전 꼭 손잡기’ 같은 항목들이 있었는데, 이걸 지키는 부부가 정말 있기는 할까 싶다. 야근에 찌들어 퇴근한 날에는 서로 쳐다보기도 싫은 게 사람 마음인데, 그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매뉴얼들이 오히려 우리를 더 피곤하게 하는 것 같았다.
결국 남은 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각오
마지막 날에는 수료증 같은 걸 나눠줬는데, 그걸 손에 쥐고 나오면서도 딱히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우리는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냉장고 위치를 어디에 둘지 고민했다. 이 교육이 우리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확신은 지금도 없다. 상담센터를 나설 때 느꼈던 그 기분은 뭔가 숙제를 끝냈다는 안도감보다는, ‘앞으로 진짜 이런 일들이 매일 반복되겠구나’ 하는 막막함에 더 가까웠다. 부부라는 게 교육 몇 번 받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라면 세상의 모든 이혼율은 0%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알게 된 게 아니라, 서로가 얼마나 서로를 모르는지 확인하고 돌아온 것 같기도 하다. 이 막연한 의구심을 안고 다음 달 결혼식을 치러야 한다는 게 조금은 버겁게 느껴지는 밤이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나 전달법’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엉망이 될 것 같아서, 상황에 맞춰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