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센터를 찾기 시작한 계기
사실 대단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어느 날 아침부터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숨이 잘 안 쉬어지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싶어서 영양제도 챙겨 먹어보고, 퇴근길에 억지로 산책도 해봤다. 근데 며칠이 지나도 그 답답함이 가시질 않더라. 친구들은 그냥 좀 쉬라고 하는데, 쉬는 동안에도 머릿속에서는 해야 할 일들이 굴러다니니까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인터넷 검색창에 ‘심리상담’이라는 단어를 쳐보게 됐다. 막상 검색해보니 심리치료사자격증이 뭔지, NLP 상담이 뭔지 정보는 너무 많은데 정작 내가 가서 내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알기 어렵더라.
센터를 고르는 기준이 참 애매했다
김포언어치료 센터나 청소년 위주의 상담소는 금방 눈에 띄는데, 성인인 내가 가기에 적당한 곳을 찾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집에서 가까운 곳을 가야 할지, 아니면 아예 지하철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게 나을지 고민했다. 결국 블로그에 후기가 너무 화려하지 않은 곳을 골랐다. 뭔가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곳은 상담도 공장처럼 운영될 것 같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가격은 회당 8만 원에서 12만 원 사이가 보통인 듯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이 편해지는 값이라고 생각하면 또 납득이 되는 범위라 예약을 잡았다. 사실 상담비 지원 같은 정책도 여기저기서 나오던데, 내가 해당하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조차 그때의 나에겐 너무 큰 에너지 소모였다.
첫 상담 날의 어색한 공기
상담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더 조용했다. 미리 예약한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대기실에 혼자 앉아있으니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상담사 선생님은 인상이 온화하셨지만, 얼굴을 마주 보고 ‘제가 요즘 이런 게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낯설었다. 사실 내가 겪는 우울감이나 피로감은 친구들에게 말하면 ‘다들 그렇게 살아’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라, 상담사 앞에서도 내 고민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까 봐 걱정이 앞섰다.
상담이 끝나고 난 뒤의 묘한 기분
상담은 50분 동안 진행됐다. 시계를 힐끗거리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꾹 참았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갔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다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중간중간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여주실 때, 그동안 누구한테도 이런 반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게 갑자기 서럽게 다가왔다. 종합심리검사를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는데, 왠지 내 머릿속을 낱낱이 파헤치는 것 같아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검사 비용도 추가로 든다고 하니 경제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었고, 일단은 그냥 한 번 더 대화를 나눠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상담실 밖으로 나왔을 때는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일 줄 알았는데, 막상 거리로 나오니 똑같은 소음과 매연뿐이었다. 여전히 퇴근길 지하철은 붐비고, 내일 해야 할 업무는 메일함에 쌓여 있다. 상담을 한 번 받았다고 해서 마법처럼 증상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가벼워질 줄 알았던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다음 상담 예약까지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상담을 받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게 맞는 건지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 어쩌면 상담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그냥 이런 찝찝한 상태를 조금씩 덜어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다음번에도 똑같이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상담실 문을 열게 될 것 같다.

처음 상담실에 들어갔을 때의 긴장감이 느껴지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을 잘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