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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어딘가에 있는 병원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던 날

어느 날 갑자기 일상이 무너진다는 게 어떤 건지, 사실 그전까지는 잘 몰랐다. 누군가 우울증이 심해서 병원에 입원했다더라, 혹은 도박중독치료센터를 다니기 시작했다더라 하는 말들이 그냥 남의 일처럼 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우리 가족 중 하나가 급성으로 증상이 심해져서 정신병원 입원을 고민하게 되니, 평소 잘 들리지도 않던 정신과 진료비나 입원 절차 같은 것들이 갑자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암호처럼 느껴지더라.

무작정 검색해 본 김포와 강서구의 병원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휴대폰을 켰다. 김포에 있는 정신병원 몇 군데랑 강서구 쪽 정신과를 미친 듯이 검색했다. 사실 대형 병원들은 대기 명단이 이미 꽉 차 있어서 당장 입원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비용은 대략 한 달에 200만 원에서 300만 원, 혹은 더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게 실손 보험이 적용되는지, 아니면 급여 항목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는 것도 일이다. 어떤 곳은 보호자가 상주할 수 있다고 하고, 어떤 곳은 면회조차 제한적이라고 하니 머리가 복잡했다. 그냥 집에서 가까운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전화를 돌려보니 거리보다는 당장 갈 수 있는 병실이 있는지 없는지가 훨씬 중요하더라.

닫힌 문 앞에서 느꼈던 묘한 공포감

김포 어딘가에 있는 병원 앞에 도착했을 때, 이상하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 동네 의원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상상했던 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철문이 굳게 닫혀 있고, 인터폰으로 몇 번을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내부를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안에서 들리는 소음이나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영화 속 장면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내 가족을 이런 곳에 정말 보내야 하는지, 혹시 더 상처를 받는 건 아닌지, 아니면 여기가 최선의 선택인 건지 계속 스스로에게 물었다. 사실 그때 입원실 남녀 구분이 어떻게 되는지, 부부나 가족이 같은 병실을 쓸 수 있게 법이 바뀌었다는 뉴스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 소중한 사람이 여기서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뿐이었다.

퇴원 이후를 생각하기엔 너무 막막한 지금

보통 청소년이나 젊은 환자들은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며 최소 한 달, 길면 석 달까지 입원을 권유받는다. 의사 선생님들은 담담하게 자해나 투신 같은 위험한 상황을 막으려면 이게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막상 입원 수속을 밟는 그 종이 한 장에 내 서명을 적어 넣으려니 손이 떨렸다. 마치 내 가족의 자유를 잠시 어디에 맡기는 기분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상담을 받으며 들었던 이야기는 참 많았는데, 정작 기억나는 건 입원비 고지서의 숫자와 면회 시간에 대한 안내뿐이다.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주변에는 뭐라고 둘러대야 할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뚜렷한 해결책 없이 흘러가는 시간들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끄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정신병원 입원이 무슨 여행 가는 것도 아니고, 다녀오면 다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주변에선 다들 그게 최선이었다고 위로하지만, 막상 그 안에서 환자들이 겪어야 할 고립감이나 퇴원 후의 사회 복귀 같은 것들은 누가 책임져 주는 게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안다. 병원에서는 정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투약도 조절한다고 하지만, 가끔 면회를 가도 아이의 눈빛이 전과 같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내린 결정이 정말 옳았던 건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의심하게 된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

사실 입원 전보다 퇴원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가 더 걱정이다. 도박중독치료센터든 심리상담소든 다 좋지만, 결국 돌아올 자리가 튼튼해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상황에서는 그런 거창한 미래까지 그릴 여력이 없다. 당장 내일 면회 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가져다줄 과일이나 책은 어떤 게 좋을지 고민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병원 상담실의 쾌쾌한 공기 냄새가 아직도 코끝에 맴도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과 입원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았다고도 하던데, 나한테는 아직 그게 먼 나라 이야기 같다. 그냥 오늘은 무사히 하루가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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