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만 되면 찾아오는 지끈거림과 혼자 짚어본 원인들
회사를 다니면서 언제부턴가 오후 3시만 지나면 오른쪽 머리 뒷부분이랑 눈 주변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편두통이겠거니 하고 약국에서 파는 진통제를 사다 먹었다. 그런데 약을 먹어도 그때뿐이고 다음 날 오후가 되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똑같이 통증이 시작됐다. 심할 때는 눈알이 뒤에서 앞으로 밀려 나오는 것 같은 압박감이 들었고 속도 울렁거려서 혹시 뇌에 무슨 심각한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 뇌전증이나 이석증증상 같은 걸 인터넷으로 밤새 검색해 보며 나 혼자 심각한 병명을 몇 개나 붙였는지 모른다. 주변에서는 경추성두통병원이나 턱관절치료병원을 가보라고 하기도 했고, 아는 사람은 한방신경정신과에서 침을 맞아보라고 권해주기도 했다. 원인을 모르니 사소한 증상 하나에도 온갖 생각이 다 들어서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큰 병원에 예약하고 비싼 검사 비용을 고민하던 날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신경과나 종합병원에서 뇌 MRI를 찍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니 비용이 생각보다 꽤 부담스러웠다. 동네 조금 큰 병원에 전화를 돌려보니 뇌 MRI 검사 비용이 기본적으로 40만 원에서 50만 원 선은 나온다고 했다. 실손보험이 적용되는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았고, 일단 검사를 받으려면 대기 시간도 길어서 연차를 하루 통째로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천 쪽에 있는 큰 병원에 예약을 잡으려 전화를 걸었더니 가장 빠른 날짜가 이주 뒤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루하루 머리는 지끈거리는데 2주나 기다려서 비싼 돈을 내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게 참 답답하고 막막하게 느껴졌다. 예약은 일단 해두었지만 머릿속은 온통 비용 걱정과 몹시 찝찝한 기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침대에 누워 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보던 습관의 부작용
대기 기간 동안에도 머리가 아픈 날은 계속되었고, 특히 밤에 잠들기 전에 침대에 엎드려서 불을 다 끈 채로 스마트폰을 보는 게 내 유일한 낙이었다. 어느 날 밤에는 유독 스마트폰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 뒤쪽이 찌릿하면서 속이 심하게 메스껍고 구토가 나올 것 같은 증상이 들이닥쳤다. 너무 놀라 화면을 끄고 누웠는데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순간 뇌졸중인가 싶어 무서워서 폰을 켜고 ‘두통 구토’를 겨우 검색해 봤다. 그런데 뜻밖에도 급성폐쇄각녹내장이라는 생소한 안과 질환에 대한 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곳에서 엎드려 스마트폰을 오래 보면 안압이 급격하게 올라가서 두통과 메스꺼움이 생긴다는 내용이었다. 뇌의 문제가 아니라 눈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대학병원 대신 일단 근처 안과로 발길을 돌린 이유
다음 날 아침, 나는 2주 뒤로 예약해 둔 신경과 일정보다 당장 눈 검사부터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영등포역 근처에 있는 영등포 김안과병원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신경과 뇌 MRI 검사 비용인 40만 원대에 비하면 안과에서 안압을 체크하고 안저 검사를 받는 비용은 만 몇천 원 선으로 훨씬 저렴하기도 했고, 예약 없이 당일 접수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병원에 도착하니 평일 오전인데도 대기 환자가 가득 차 있어 대기 시간만 40분이 넘게 걸렸다. 지루하게 기다린 끝에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안압이 정상 범주의 높은 축에 걸쳐 있고 안구 구조상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좁은 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특히 밤에 불을 끄고 엎드려 폰을 보는 행동은 안압을 급격히 높여 발작을 유도할 수 있으니 절대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완전히 가시지 않는 머리의 찝찝함과 남은 고민들
안과를 다녀온 뒤로는 밤에 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만지던 습관을 거의 끊다시피 했다. 확실히 눈을 압박하던 뻐근한 느낌과 갑자기 찾아오던 심한 두통은 빈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뇌 MRI 예약을 취소하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개운하지가 않다. 안과 검사로 안압 관리는 시작했지만, 비가 오거나 피곤한 날 오후에 여전히 목덜미부터 지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질 때면 ‘역시 뇌 검사도 한 번은 받아봤어야 했나’ 하는 불안감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어쩌면 경추성두통이나 턱관절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전히 인터넷으로 경추성두통병원을 검색해 보고 있다. 40만 원이 넘는 검사비를 아꼈다는 안도감과 혹시 모를 원인을 완전히 밝혀내지 못했다는 찝찝함 사이에서 여전히 갈피를 못 잡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