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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부부상담, 그 완벽하지 않은 100일간의 기록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부부상담소를 찾았을 때 기대했던 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우아하게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포옹하며 끝나는 드라마틱한 화해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1회당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를 지불하며 상담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때로는 그 비용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제가 겪은 상황은 단순했습니다. 육아와 맞벌이 문제로 대화가 단절되었고, 집에 오면 서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있었죠. 상담을 시작한 지 3주 차까지는 오히려 불만이 더 커졌습니다. 상담사가 우리 사이의 문제를 객관화해준답시고 하는 말들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저런 말을 들으니 당신이 문제인 거잖아’라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했으니까요. 이게 바로 많은 분이 간과하는 ‘부부상담의 역설’입니다. 상담이 관계 개선의 도구가 아니라, 갈등의 명분을 찾는 도구가 되어버리는 상황이죠.

한번은 상담사 앞에서 2시간 동안 서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나열만 하다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돈이 아깝고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기대했던 결과와는 정반대로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더 크게 싸웠으니까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부부상담은 드라마가 아니라, 서로의 ‘밑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감정이 격해졌을 때 내가 어떤 언어를 선택하는지, 상대는 내 비난에 어떻게 방어하는지를 제3자의 공간에서 적나라하게 마주하는 거죠.

물론, 상담이 만능은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상담소에 가서 모든 해결책을 얻으려 하지만, 사실 상담사는 가이드를 제시할 뿐이지 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결국 우리 자신입니다. 예를 들어, 10회기 과정을 다 마친다고 해서 무조건 관계가 좋아질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떤 경우는 상담을 통해 서로가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가치관의 차이를 확인하고, 오히려 결별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도 초반 5회까지는 회복을 위해 달렸지만, 나머지 회기에서는 ‘우리가 과연 함께 사는 것이 맞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겪는 혼란은 정말 예상 밖이었고, 때로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부부상담을 고려하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무조건 전문가를 믿고 따라가기보다는 내 감정의 변화를 스스로 체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상담비용 부담이 큰 경우, 상담에 의존하기보다 평소에 사소한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상담은 시간당 10만 원이 훌쩍 넘는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상담을 무리하게 강행하면 상담 내용보다 비용 때문에 더 예민해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제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상대방이 상담을 완강히 거부할 때는 억지로 끌고 가는 것보다, 혼자서라도 심리 상담을 받아보며 나의 대응 방식을 바꾸는 것이 상황을 훨씬 유연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결국 이 상담은 누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엉킨 실타래를 내 손으로 직접 풀기 위해 칼을 빌려오는 과정과 같습니다. 칼이 날카롭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죠. 오히려 손을 베일 위험도 있습니다. 제가 상담을 마무리하며 느낀 건, 우리 부부가 결국 화해를 택했든 결별을 택했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바닥을 보았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수확이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상담을 마친 지금도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상담 받았으니 이제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환상을 버린 것만으로도, 예전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태도로 서로를 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상담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갈등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도저히 파악이 안 될 때,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대화가 5분 이상 지속되지 않을 때. 하지만 반대로, 이미 한쪽이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상실했거나 상담 비용이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정도라면, 당장 상담을 시작하기보다는 한두 달 정도 각자 거리를 두며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도 하니까요. 여러분이 지금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단계는 상담소 예약이 아니라, 배우자와 함께 ‘우리가 상담을 통해 얻고 싶은 최종 결과물은 무엇인가’를 단 한 번만이라도 차분하게 논의해보는 것입니다. 물론 이 대화조차 되지 않는다면 그땐 정말 상담소의 문을 두드려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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