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부터 시작된 기묘한 불안감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이상하게도 가슴 한구석이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가 싶어 금요일 밤에는 일찍 자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잠은 오지 않고 눈만 감고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다음 날인 토요일, 어떻게든 기운을 차려보려 했지만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동안 상담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미뤄왔던 게 갑자기 후회되기 시작했다. 월요일까지 기다리는 게 왜 이렇게 길게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평소 다니던 광화문 근처의 정신건강의학과가 생각났지만,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헛웃음이 났다. 왜 항상 이런 증상은 평일 낮에 병원 갈 시간이 없을 때 찾아오는 걸까.
일요일에 문을 여는 곳을 찾아서
일요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너무 버거웠다. 휴대폰을 쥐고 은평구 인근이나 서울 시내에서 일요일 진료가 가능한 신경정신과를 무작정 검색했다. 몇 군데 후보가 나왔지만 대부분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당일 방문이 가능한 곳은 거리가 꽤 멀었다. 택시를 타고 갈까 고민하다가, 그럴 기운조차 없어 겨우 옷을 챙겨 입고 버스에 올랐다. 이동하는 시간만 거의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상담 비용이나 진료비가 얼마가 나올지 걱정할 겨를도 없었다. 그냥 어딘가에 내 상태를 털어놓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도착해서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나 말고도 일요일 오전에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꽤 많다는 사실에 묘한 위안과 함께 씁쓸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상담실 안에서 마주한 어색한 침묵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선생님은 꽤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맞이했다. 상담 치료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급하게 찾아온 건 처음이라 사실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 ‘요즘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냥 힘들다고 말하면 끝날 것 같았는데, 막상 입을 떼니 엉뚱한 이야기들만 늘어놓게 되었다. 직장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이나, 예전에 겪었던 트라우마 치료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다시 현재의 우울함으로 돌아오는 식이었다. 50분이라는 시간이 참 길면서도 짧았다. 대략 7만 원 정도의 진료비와 약 처방비를 계산하고 나오는데, 상담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시원하게 뚫린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 상태가 생각보다 더 깊이 꼬여 있다는 사실만 확인한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 봉투를 손에 쥐고 약국을 나오는데, 일요일 오후의 거리는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카페에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데, 나만 세상에서 분리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받은 처방약은 지난번 성인 ADHD 의심 증상으로 받았던 약과는 조금 달랐다. ‘정신과 약은 한 번 먹으면 끊기 어렵다’는 말을 주변에서 하도 많이 들어서 사실 약을 먹는 것조차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일단은 처방받은 대로 일주일만 먹어보기로 했다. 며칠 전 광화문에서 본 ‘감사의 정원’ 행사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저기서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는데, 나는 왜 여기까지 와서 병원이나 전전하고 있나 싶어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이런 감정은 누구에게 말하기도 참 애매하다.
다시 반복되는 일상에 대하여
집에 와서 약을 먹고 나니 조금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잠이 쏟아져서 한숨 자고 일어나면 내일은 출근해야 한다. 치매 검사나 복잡한 심리 검사를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당장 그럴 시간도 에너지도 없다. 그냥 버티는 게 최선인지, 아니면 더 적극적으로 내 문제를 파헤쳐야 하는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일요일의 상담이 나를 구원해주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내일 아침을 맞이할 최소한의 근거는 만들어준 것 같다. 다음번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내 상태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상담실 안에서 내뱉지 못한 말들이 여전히 목구멍 끝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이번 주만 지나면 또 다른 주말이 오겠지. 그때는 또 어디로 가야 할지, 아니면 그냥 견뎌야 할지 고민이 된다.

주말에 병원 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정말 공감했어요. 특히 평일 상담을 미뤄뒀다가 갑자기 주말에 찾아야 할 때의 막막함이 느껴지네요.
처음 상담받을 때처럼 엉뚱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건 정말 흔한 것 같아요. 저도 그랬는데, 천천히 조금씩 진솔해지면 오히려 더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할 것 같아요.
상담 후 멍한 느낌이 계속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일상에 적응하는 게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