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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 안 돼서 찾아간 동네 병원에서의 오후

처음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

솔직히 말하면 내가 ADHD일 거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덜렁대고, 중요한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회사에서 메일을 쓸 때도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고쳐 써야 하는 게 내 팔자인 줄 알았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메틸페니데이트 처방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거기 적힌 증상들이 너무 내 얘기 같아서 당황스러웠다. 인천에 있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몇 군데 찾아보다가 예약 없이도 갈 수 있는 곳을 골라 무작정 찾아갔다. 사실 낙성대 쪽으로 이사 가기 전에도 한번 고민했었는데, 막상 병원 앞에 서니 발이 잘 안 떨어졌다. 괜히 호들갑 떠는 건 아닌지, 가서 검사만 비싸게 하고 별거 아니라는 소리만 듣고 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대기실에서 보낸 묘하게 긴 시간

병원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동네 치과나 내과랑 다를 게 없는 대기실 풍경이었는데, 다만 내 옆에 앉은 사람들을 괜히 힐끗거리게 됐다. 다들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러 온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진료비는 대략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를 예상했는데, 나중에 나올 때 보니 초진이라 검사비까지 더해져 생각보다 조금 더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잡지를 넘겨봤지만 글자가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왔다. 예약한 사람들은 금방 들어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싶어서, 스마트폰으로 ADHD 증상 자가진단 리스트를 다섯 번은 다시 확인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이름을 불렀을 때 괜히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상담실 안에서 마주한 내 모습

의사 선생님은 생각보다 무미건조했다. 내가 인터넷에서 보고 온 증상들을 나열하니까, 그냥 덤덤하게 내 어린 시절 학교생활이나 최근에 겪는 어려움들을 물어봤다. 내가 겪는 일들을 설명하는데 자꾸 말이 꼬였다. ‘집중이 안 된다’는 게 단순히 스마트폰을 많이 봐서 그런 건지, 진짜 뇌의 문제인 건지 구분이 안 돼서 설명하기가 참 어려웠다. 선생님은 가벼운 검사를 몇 가지 시켰는데, 그게 뭐라고 땀이 났다. 정답이 있는 건 아니라고 했지만, 자꾸만 내가 바보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민망했다. 결국 검사지를 제출하고 다음 주에 결과를 듣기로 했다.

약물 치료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

나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 처방전을 냈다. 만약 약을 먹게 되면 정말 사람이 바뀔까? 아니면 그냥 몸만 더 예민해지는 걸까. 주위에서는 무슨 병원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차피 다들 각자의 문제를 안고 사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치료가 필요한 수준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습관을 잘못 들인 건지 여전히 헷갈린다. 다들 일상 관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던데, 나는 병원까지 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숙제를 하나 끝낸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문득 내가 왜 이걸 시작했는지 잠시 잊어버린 것 같았다.

다음 진료를 앞두고 드는 생각

다음 주에 병원에 다시 가야 한다. 결과를 듣는 게 무섭기도 하고, 차라리 아무 이상 없다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도 있다. 만약 ADHD가 맞다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괜히 쓸데없는 고민만 늘어난 것 같다. 상담실에서 나왔을 때의 그 묘한 기분은 여전히 정리가 안 된다. 병원 문을 나오자마자 습한 공기가 확 느껴졌는데, 그 순간 내가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치료를 한다고 해서 모든 게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거라는 기대는 안 한다. 그냥 조금만 덜 덜렁거리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주 소박하고도 모호한 결론만 마음 한구석에 남았다.

“집중이 안 돼서 찾아간 동네 병원에서의 오후”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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