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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근처에서 상담을 시작하고 나서 알게 된 것들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 걸린 시간

사실 상담을 예약하기까지 정말 고민이 많았다.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평소보다 조금 더 자주 왼쪽 머리 통증이 느껴지고 잠들기 전에 마음이 이상하게 무거워지는 날들이 반복되어서였다. 친구들한테 말하면 다들 ‘요즘 다 그렇지’라며 가볍게 넘기곤 했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닌데, 나한테는 그게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결국 강남역 근처에 있는 한 상담 센터를 예약했다. 인터넷에 ‘강남심리상담’이라고 치면 광고가 너무 많아서 어디를 가야 할지 참 난감했는데, 그냥 시설이 깔끔해 보이는 곳으로 골랐다. 상담 비용은 회당 10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였는데, 솔직히 한 번 갈 때마다 적은 돈이 아니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긴장을 좀 했다.

50분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고 또 길다

상담실에 들어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50분이라는 시간이 참 묘하다. 처음 몇 번은 내 이야기를 조리 있게 정리해서 말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런데 상담사는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순서 없이 말해도 괜찮다는 말이 처음엔 참 어색했다. 한 번은 상담 시간에 내가 겪었던 어릴 적 콤플렉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엉엉 울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날은 상담이 끝나고 나서 오히려 머리가 더 지끈거리고 기분이 이상했다. 상담 선생님은 이게 당연한 과정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냥 진이 다 빠져서 근처 카페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상담이라는 게 뭔가 시원하게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실상은 내 안의 복잡한 실타래를 하나씩 억지로 끄집어내는 일 같았다.

상담과 일상 사이의 온도 차이

주변에서는 병원이나 상담 센터를 다니면 당장 뭐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때로는 신경정신과 추천을 받기도 하는데, 내가 갔던 곳은 병원보다는 대화 중심의 상담 센터에 가까웠다. 약을 먹으면 덜 힘들까 싶어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당장은 대화를 통해 내 마음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일상으로 돌아오면 상황은 그대로다. 똑같은 회사 업무, 똑같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여전히 작아지고 때로는 흔들린다. 상담실 안에서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은 이해한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 ‘그냥 다 똑같지 뭐’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 간극을 어떻게 좁혀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무언가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벌써 꽤 여러 번 상담을 다녀왔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내 감정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기는 하다. 예전엔 그냥 ‘왜 이렇게 힘들지?’라며 자책만 했다면, 이제는 ‘아, 내가 지금 좀 예민해진 상태구나’ 정도로 스스로를 관찰하게 된달까. 하지만 왼쪽 머리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어떤 날은 여전히 두통 때문에 미칠 것 같다. 상담 선생님은 스트레스가 신체화된 반응일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들을 때는 납득이 가다가도 밤에 혼자 있으면 또 이게 진짜 해결되고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상담이라는 게 내 삶의 문제를 마법처럼 없애주는 게 아니라, 그냥 이 불편함을 안고 조금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버티는 연습을 시켜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결국 정답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상담을 받는다는 게 대단한 결심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그냥 세탁기 돌리는 일상적인 습관 같은 게 되어버렸다. 때로는 상담 비용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오늘 한 말이 내일은 또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날은 아주 개운하고, 어떤 날은 상담이 끝나고 나면 더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런 기복이 상담 과정에서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하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다닌다. 나중에 이 상담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혹은 그냥 중간에 그만두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늘어놓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다는 생각으로 유지하고 있다.

“강남역 근처에서 상담을 시작하고 나서 알게 된 것들”에 대한 4개의 생각

  1. 50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묘하게 느껴지네요. 저도 처음 상담할 때, 뭔가 딱 잘라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상담 선생님 말씀처럼 편하게 이야기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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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냥 억지로 힘든 감정을 끄집어내려고 하니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대화 자체에 집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서, 제가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는 연습을 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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