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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인근 정신과에 처음 예약 전화를 하던 날

예약 버튼을 누르기까지 걸린 시간

한참 동안 포털 사이트에 서울정신건강의학과를 검색하고 창을 닫기를 반복했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곳들 위주로 찾아봤는데, 사실 어디가 유명한지 봐도 잘 모르겠더라. 리뷰가 많은 곳은 대기가 너무 길 것 같아서 괜히 주저하게 되고, 그렇다고 아무 데나 가자니 또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문득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꽤 오래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심리상담 비용이 꽤나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막연한 걱정도 한몫했다. 진료를 받고 나면 지금보다 나아질까, 아니면 그냥 내 마음이 너무 나약해진 걸까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대기실에서의 어색한 침묵

예약 당일, 강남역 부근의 한 정신과를 찾아갔다.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그 층수가 왜 그렇게 높게 느껴지던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평범한 분위기였다. 대기실에는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이 몇 명 앉아 있었는데, 다들 휴대폰만 보거나 멍하니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도 그들 틈에 섞여 비치된 잡지를 괜히 뒤적거렸다. 대기 시간은 예약 시간보다 20분 정도 더 걸렸다. 그 20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길게 느껴졌다.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내가 겪는 증상을 의사 선생님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계속 연습했다.

질문지에 답하며 들었던 생각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질문지를 작성하라고 주셨다. 평소 잠은 잘 자는지, 식욕은 어떤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같은 질문들이었다. 솔직하게 적으려다가도 조금 망설여지는 항목들이 있었다. 이걸 다 적으면 내 상태가 너무 비관적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싶어서 괜히 중간 정도로 체크하게 되더라. 상담 비용은 기본 진료에 검사비가 더해져서 대략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 정도가 나올 것 같다고 안내를 받았다. 의료 보험이 적용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검사 항목들이 따로 있다고 했는데, 정신과 진료가 처음이라 그런지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했다.

의사 선생님과의 짧았던 상담

막상 의사 선생님을 마주하니 준비했던 말들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냥 요즘 좀 힘들어요, 잠을 잘 못 자요 정도만 겨우 뱉었던 것 같다. 선생님은 차분하게 내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지셨다. 내가 심각한 건지, 아니면 그냥 잠깐 지나가는 스트레스인 건지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었는데, 선생님은 ‘우선은 좀 더 지켜보자’는 말씀을 하셨다. 신경영양제를 좀 처방해 줄 테니 2주 뒤에 다시 와보자고 하셨다. 상담 치료보다는 일단 약물 처방이 먼저라는 말에 약간의 안도감과 동시에 여전히 남은 답답함이 교차했다.

약 봉투를 들고 나온 거리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 들러 약을 받아 나왔다. 강남역의 번화한 거리는 여전히 활기찼는데, 나만 왠지 다른 세상에 있다가 나온 기분이 들었다. 약 봉투를 가방 깊숙이 넣으면서, 이게 정말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다음 예약을 잡았지만, 그때까지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다독여야 할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상담료를 지불하고 나온 지갑이 가벼워진 만큼 내 마음도 가벼워졌으면 좋겠는데, 오히려 무언가 더 큰 숙제를 떠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나중에는 이런 과정들이 별거 아니었다고 생각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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