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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역 근처 정신과에서 뇌파 검사받고 돌아오는 길

어쩌다 정신과 문턱을 넘게 되었나

솔직히 내가 정신과까지 가게 될 줄은 몰랐다. 그냥 잠을 좀 설치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회사 업무가 바빠서 그런 거겠지 싶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는데, 막상 침대에 누우면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게 며칠째 반복되니까 좀 무섭더라.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에 겨우 눈을 붙이면, 아침에 알람 소리를 못 듣고 일어나는 일이 잦아졌다. 지각 횟수가 늘어나고 상사 눈치를 보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더 조급해졌고, 이게 악순환이구나 싶었다. 결국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가 교대역 근처에 평이 무난한 정신과가 있다는 걸 보고 무작정 예약을 했다.

뇌파 검사가 생각보다 낯설었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조용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다들 자기 할 일만 하는 분위기라 오히려 다행이었다. 접수를 하고 얼마 안 있어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뇌파 검사를 한번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요즘은 정신과에서도 단순히 대화만 하는 게 아니라 기계의 도움을 많이 받는 모양이다. 머리에 젤 같은 걸 바르고 전극을 붙이는데, 이게 좀 차갑고 끈적거려서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검사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눈을 감고 편안하게 있으라고 하는데도 자꾸만 잡생각이 들어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지 걱정됐다. 비용은 대략 10만 원 안팎이었는데, 미리 알고 간 금액이라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매번 하기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다.

상담과 약물 사이에서 드는 생각들

검사가 끝나고 다시 상담을 이어갔다. 선생님은 뇌파 데이터를 보면서 내가 왜 이렇게 잠을 못 자는지, 뇌가 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아주 차분하게 설명해주셨다. 사실 내가 가진 고민이 아주 특수하거나 대단한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누군가 내 상태를 수치화해서 보여주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좀 놓이는 구석이 있었다. 약을 처방해주셨는데, 일단은 수면제보다는 신경을 좀 안정시키는 쪽으로 시작하자고 하셨다. 사실 약을 먹는다는 거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는데, 선생님 말씀대로 하루 이틀 먹어보니 확실히 밤에 머리가 멍해지면서 잠에 드는 게 수월해지긴 했다. 하지만 이게 약 의존으로 가는 건 아닌지, 나중에 약을 끊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아닐지 하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예약의 번거로움과 일상적인 불편함

가장 귀찮은 건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약을 타는 일이다. 교대역까지 가는 게 아주 먼 거리는 아니지만, 바쁜 일상 중에 시간을 내서 대기하고 진료를 보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다. 예약 시간 맞춰서 갔는데도 앞에 환자가 밀리면 30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니까 말이다. 병원 근처에 가면 괜히 누가 나를 알아보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피해망상도 가끔 든다. 요즘은 비대면으로 진료하는 곳도 많다던데, 그런 걸 알아봐야 하나 싶다가도 막상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아 그냥 다니던 곳을 가고 있다.

금주와 생활 습관의 괴리

선생님이 금주를 권하셨다. 평소에 스트레스받으면 맥주 한 잔으로 푸는 게 습관이었는데, 술을 안 마시려고 하니 저녁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술 없이 보내는 저녁이 이렇게 지루할 줄 몰랐다. 며칠은 잘 참다가도 금요일 밤만 되면 냉장고 앞에 서서 한참 고민하게 된다. 술을 마시면 확실히 다음 날 더 피곤하고 잠도 더 안 오는데, 왜 이렇게 끊기가 힘든 건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은 정신과 다닌다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냥 그냥 잠이 좀 안 와서 관리받는 중이라고 둘러대고 있다. 사실 그것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

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밤에 잠은 확실히 이전보다 잘 잔다. 그런데 낮에 가끔 멍할 때가 있다. 이게 약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내 마음이 여전히 어디에 묶여 있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상담을 더 자주 받고 싶은데 시간과 비용이 늘 걸림돌이다. 이게 다 나으면 정말 끝나는 걸까? 아니면 평생 이런 식으로 내 뇌 상태를 확인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확실한 건, 예전처럼 그냥 무작정 버티기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거다. 다만, 내가 언제까지 이 치료를 지속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으니 그냥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에 갈 때는 뇌파 검사 결과가 좀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조금 궁금하다.

“교대역 근처 정신과에서 뇌파 검사받고 돌아오는 길”에 대한 3개의 생각

  1. 뇌파 검사 결과가 뇌의 긴장 상태를 수치화해서 보여주니, 좀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겪는 어려움이 단순히 ‘수면 부족’인지 아닌지,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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