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정신과 문턱이 너무 높게 느껴졌다
며칠 전부터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고 답답한 게, 아무래도 내가 심리적으로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기분 탓이겠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는데 그게 벌써 한 달을 넘겼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낮에 했던 사소한 말실수들이 다시 기억나서 머릿속이 뱅글뱅글 돈다. 이게 불안장애인가 싶어서 검색창에 ‘불안장애 극복 방법’을 쳐봤는데, 나오는 건 전부 정신과 약 처방 아니면 거창한 명상 학원 광고뿐이었다. 정신과에 가면 진료 기록이 남는다는 이야기에 괜히 겁부터 났다. 대단한 병도 아닌데 너무 유난 떠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막상 가서 의사 선생님 앞에서 내 속마음을 주절거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집 근처 복지관 프로그램 정보를 살펴보다가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화성시아르딤복지관 같은 곳에서 진행하는 정서 지원 프로그램 소식을 봤다. 보통 이런 곳은 장애 아동이나 청소년 위주로 지원이 돌아가는 것 같긴 한데, 가끔 성인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이 올라오기도 해서 눈여겨보게 된다. 하지만 막상 신청하려고 들어가 보면 자격 요건이 복잡하거나, 이미 마감된 경우가 태반이다. 요즘은 기업들도 발달장애 지원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한다고는 하지만, 나 같은 성인이 당장 겪는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기댈 만한 곳은 생각보다 찾기 어렵다. 카페 산악회나 소규모 모임이라도 나가볼까 싶다가도, 거기서 내 불안을 털어놓는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어서 다시 마음을 접었다.
5만 원이 아까운 건 아니지만 효과가 있을까
동네 근처 심리상담 센터 몇 군데에 전화를 해봤다. 상담 비용은 보통 1회 50분 기준으로 8만 원에서 12만 원 사이인 것 같다. 어떤 곳은 초기 상담 할인이라며 5만 원대를 부르기도 하는데, 그 돈을 내고 가서 뻔한 이야기만 듣고 올까 봐 걱정부터 앞선다. 명상학원이나 심리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당장 파킨슨병이나 치매 같은 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진짜 심각한 망상장애나 그런 증상이 있는 건 아니니까 괜히 돈 낭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든다. 상담사님께 ‘그냥 요즘 좀 불안해요’라고 말하면, 그분들은 내 이야기를 다 들어주긴 할까. 아니면 교과서적인 해결책만 늘어놓고 끝낼까 봐 그게 더 불안하다.
결국 불면증 앱만 깔았다가 지우기를 반복한다
불안할 때마다 심호흡을 하라는데, 막상 숨이 턱 막히는 순간엔 그게 잘 안 된다. 결국 핸드폰에 불면증 극복 앱이나 명상 앱을 대여섯 개 깔았다가, 며칠 쓰지도 않고 다시 지워버리는 짓을 반복하고 있다. 어떤 날은 밤 12시에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이러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특별히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에너지가 넘치던 사람인데 요즘은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굴고, 출근해서도 업무가 조금만 밀리면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 하겠고 그렇다. 어쩌면 나도 약의 도움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여전히 병원 앞에서는 발길이 안 떨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로 오늘이 지났다
결국 오늘 하루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 상담 센터를 예약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내 불안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그저 이 불안이 나에게는 일종의 성가신 동반자처럼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살아가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 자체가 참 어려운 일이다.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싶으면서도, 내일 아침이 오는 게 반갑지는 않다. 이런 애매한 상태가 언제까지 갈지, 혹은 내가 언제쯤이면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서 아무 걱정 없이 잠들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냥 지금은 이렇게 글이라도 쓰는 게 나름의 배출구인가 싶기도 하고, 그마저도 왠지 부질없어 보일 때가 있다.

심호흡 대신 걷거나, 잠깐이라도 햇볕 쬐면서 생각 정리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