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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꼬일 때마다 찾아보던 검색 기록들이 지겨워졌다

낯선 대기실 의자의 감촉

노원 근처에 있는 심리상담센터를 예약하고 처음 방문했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사실 처음에는 이게 언어치료의 영역인지, 아니면 신경정신과에서 약을 먹어야 하는 문제인지조차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냥 일상생활에서 내가 의도한 말과 밖으로 튀어나오는 문장이 자꾸만 어긋나기 시작했다. 뇌경색 후유증이나 무슨 큰 병이 아닐까 싶어 불안한 마음에 검사부터 받아보자 싶어 무작정 예약했다. 센터의 대기실 의자는 좀 차갑고 푹신했는데, 거기 앉아 상담 신청서를 쓰면서 내가 왜 여기 앉아있는지 자꾸 되묻게 되더라. 그때 상담 비용이 회당 8만 원에서 12만 원 사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생각보다 비싸다는 생각보다는 ‘이걸로 진짜 고쳐질까’ 하는 의구심이 더 컸던 것 같다.

뇌의 불협화음과 꼬여버린 언어들

상담사님은 내 말의 흐름이 파편화되어 있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니까, 머릿속에서는 정교한 문장이 완성되어 있는데 입 밖으로 나올 때는 단어들이 엉뚱한 순서로 배열되거나 중간에 뚝 끊기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반복되니까 사람 만나는 게 점점 두려워졌다.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치고 나서, 아이들 언어치료 후기만 잔뜩 나오는 걸 보며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성인인데 왜 이런 곳을 찾아야 하나 싶어 자괴감도 들고. 어떤 날은 내 생각과 말의 간극이 너무 커서 텐트럼이라고 부를 법한 울분이 터져 나올 것 같아 꾹 참느라 진땀을 뺐다.

인지치료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들

언어치료라고 하면 보통 아이들 발음 교정이나 지적장애 치료를 먼저 떠올리지 않나. 그런데 어른도 하더라. 놀이치료사라고 불리는 분들이 어른의 인지 체계를 다듬는 과정을 돕기도 한다는데, 나는 그게 좀 생소했다. 상담을 몇 번 받으면서 알게 된 건, 내가 의외로 ‘정답’을 말하려고 과도하게 애쓰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뇌가 과부하가 걸려 말이 더 꼬이는 거였다. 상담 선생님은 마치 짐 다인의 그림처럼 내 말의 파편들을 하나씩 이어 붙이는 연습을 하자고 했다.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그냥 지금 내 기분을 짧은 단어로 뱉는 연습.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몇 주 지나니 신기하게도 대화 도중에 멈칫하는 빈도가 조금은 줄어들었다. 완벽해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덜컥거리는 느낌은 조금 덜하다.

여전히 남은 찜찜한 불안함

그렇다고 지금 완전히 나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사실 지금도 문장을 시작하기 전에 머릿속에서 검열을 거치느라 0.5초 정도 늦게 대답할 때가 많다. 센터를 방문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한 번, 퇴근하고 가는 길은 늘 퇴근 시간이라 막히고 번거롭다. 1시간 상담받고 오면 에너지가 다 빠져서 그날 저녁은 아무것도 못 한다. 성인 ADHD 치료나 신경계 쪽 검사를 더 받아봐야 하는 건 아닌지,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 아닌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선다. 상담이 끝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막상 상담실 문을 열고 나오면 다시 일상이라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냥 이 불편함을 껴안고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게 최선인 건지, 아니면 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직 내 눈앞에 안 나타난 건지 잘 모르겠다.

다음 상담을 고민하는 이유

오늘도 상담 예약 문자가 왔다. 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냥 답장을 보냈다.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안 가면 다시 그 꼬인 말들 속에 갇혀서 허우적댈 것 같아서다. 상담 비용이 적은 돈도 아니고,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내가 어떤 상황에서 말이 꼬이는지 조금씩 관찰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일단은 견뎌볼 만한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상담이 끝난 뒤의 허탈함이 더 크다. 내가 나를 고치려고 애쓰는 이 과정 자체가, 결국에는 언젠가 멈춰야 할 지난한 싸움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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