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의 망설임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동네 근처에 있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기로 마음먹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냥 조금 피곤한 거겠지, 혹은 요즘 일이 많아서 잠을 못 자는 것뿐이라고 스스로를 계속 속였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봤는데, 내 표정이 너무 낯설어서 덜컥 겁이 났다. 불안장애라는 단어를 인터넷에 검색해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쿵 뛰었다. 검색 결과에 나오는 병원 이름들을 보면서도, 내가 여기를 가도 되는 걸까, 아니면 그냥 근처 내과에서 소화제나 처방받아서 버텨볼까 하는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집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을 골랐는데, 막상 병원 건물 앞에 도착해서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1층 로비에서 십 분 넘게 서성거렸다. 남들이 볼까 봐,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봐 괜히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예약과 접수, 그리고 묘한 긴장감
내가 방문한 곳은 대기가 좀 있는 편이었다. 진료비는 초진이라 검사 비용까지 포함해서 5만 원 정도 나왔는데, 솔직히 이 금액이 싼 건지 비싼 건지 가늠이 안 됐다. 안내 데스크 직원분은 생각보다 담담하게 접수를 도와주셨고, 그 담담함이 오히려 나한테는 다행이었다. 너무 친절하거나 너무 사무적이면 더 긴장했을 것 같은데, 그냥 동네 미용실 예약하는 기분으로 접수증을 작성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텔레비전에서는 무슨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다들 자기 휴대폰을 보거나 눈을 감고 있었다. 나처럼 처음 온 사람인지, 아니면 정기적으로 들르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섞여 있는 그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내 이름이 불리기 전까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상담실에서 마주한 낯선 대화들
상담실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평범한 의사 선생님이 앉아 있었다. 가운을 입고 안경을 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서 횡설수설했다. “그냥 좀 잠이 안 와요”, “요즘 다 소화가 안 되고요” 같은,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말들만 나열했다. 선생님은 내 말을 끊지 않고 다 듣고 나서, 최근에 힘들었던 사건이 있는지 물으셨다. 30분 정도 대화를 나눴는데, 상담이 끝나고 나올 때는 오히려 머리가 더 복잡했다. 내가 겪고 있는 게 정말 병원까지 와야 할 일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나약해서 그런 건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처방받은 약을 약국에서 받으면서도 ‘이걸 정말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약봉지를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약을 먹기 시작한 뒤의 소소한 불편함
약을 먹고 나서 일주일 정도는 멍한 기분이 자주 들었다. 이게 약 기운인지 아니면 내 기분이 우울해서 그런 건지 분간하기가 참 어려웠다. 소화제는 따로 챙겨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속은 좀 편해진 것 같은데,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 들어서 낮잠을 자는 날이 많아졌다. 일상생활을 아예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묘하게 평소보다 반응이 느려진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병원 다녀왔다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계속 숨기자니 매주 병원 갈 시간을 맞추는 게 은근히 스트레스가 된다. 부산이나 김천 같은 다른 지역에 있는 큰 병원을 가볼까 하는 고민도 잠시 해봤지만, 결국 다니던 곳을 계속 다니기로 했다. 멀리까지 가는 수고를 더하는 게 지금 나한테는 더 큰 에너지를 쓸 것 같아서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은 시간들
사실 지금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선생님은 꾸준히 와서 상태를 확인하자고 하시는데, 매번 갈 때마다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약을 먹고 나서는 밤에 자다가 갑자기 깨서 심장이 뛰는 빈도는 확실히 줄었다. 그 작은 변화 하나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더 적극적으로 내 상태를 파악해 봐야 할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오늘도 병원 예약을 해뒀는데, 가기 전까지 또 1층 로비에서 한참을 망설일 것 같다. 이 망설임이 언제쯤 사라질지, 아니면 이게 그냥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는 건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