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무작정 예약하고 찾아간 상담센터에서 겪은 일

처음엔 그냥 일시적인 피로인 줄 알았다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알람 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크게 들리고 몸이 침대 매트리스 밑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며칠 쉬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그 상태 그대로였다. 이게 말로만 듣던 번아웃인지 아니면 내가 그냥 게을러진 건지 스스로 판단이 안 섰다. 주변에서는 다들 힘들게 사니까 나만 유난 떠는 거 아닐까 싶어서 아무한테도 말을 못 꺼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심리상담센터 후기를 읽게 됐는데, 그제야 나도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예약 과정에서 느낀 묘한 망설임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는 게 큰일이었다. 온라인으로 검색을 해보니 집 근처에 있는 곳부터 조금 거리가 있는 곳까지 센터는 꽤 많았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대략 1시간 상담에 8만 원에서 많게는 15만 원까지 부르는데,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 알 수가 없으니 선뜻 결제 버튼을 누르기가 어려웠다. 어떤 곳은 에니어그램 검사니 뭐니 해서 패키지로 묶어 팔기도 하던데, 그런 건 왠지 상술 같아서 더 쳐다보기도 싫었다. 결국 적당히 거리 가깝고 후기가 너무 광고 같지 않은 곳을 골라 예약을 잡았다. 예약 문자를 보내고 답장이 오기까지 그 30분 남짓한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대기실의 정적과 낯선 공기

상담 예약 시간에 맞춰 센터에 도착했는데, 들어가기 전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조용했다. 미리 예약된 상담이라 그런지 데스크에 있던 분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는데, 그 친절함이 오히려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상담비는 1회에 9만 원 정도로 결제했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서 차를 한 잔 마시는데, 공기 자체가 평소 카페나 사무실과는 달랐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나 시끄러운 음악 대신 아주 낮은 채도의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여기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상담실에서 마주한 질문들

막상 상담실에 들어가 앉으니 준비했던 말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상담사 선생님은 내 눈을 빤히 쳐다보기보다는 약간 비스듬히 앉아서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처음에 왜 오셨냐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냥 “그냥 요즘 좀 힘든 것 같아서요”라고 얼버무렸던 것 같다. 선생님은 내 말을 다 듣고 나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셨다. 부모님과의 관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혹은 내가 요즘 즐거움을 느끼는 것들에 대해 물었는데, 그 질문들이 생각보다 내 폐부를 찔렀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습관들이 사실은 회피 기제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조금 불쾌하기도 했다. 내가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는 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상담이 끝난 뒤의 허탈함

한 시간 상담이 끝났을 때, 내가 기대했던 ‘개운함’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더 피곤해진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부산스럽게 느껴지던지. 선생님은 다음 상담 일정을 제안했지만, 바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돈도 돈이지만, 내 마음속을 이렇게 다 헤집어 놓는 게 과연 나한테 도움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으로 돌아오니 여전히 내가 해야 할 일들은 그대로 쌓여 있고,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다. 상담실의 그 정적인 공기가 가끔 생각나긴 하는데, 다시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가 생길지는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마 당분간은 그냥 혼자 버텨볼 것 같다.

“무작정 예약하고 찾아간 상담센터에서 겪은 일”에 대한 3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