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상담 센터 문을 두드리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상담 예약 전화 한 통 거는 게 왜 이렇게 무거웠을까

사실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반년도 더 된 일이었다. 주변에서 누가 어디가 좋더라, 요즘은 심리상담이 흔하다는 말을 건네도 막상 내가 직접 전화를 거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예전에 지인이 경계선 지능 테스트를 받고 결과 때문에 한동안 힘들어하던 걸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내 머릿속에도 ‘상담은 뭔가 문제가 드러나는 일’이라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박혀 있었나 보다. 심리상담사 취업이나 아동미술치료 같은 단어들이 인터넷 검색창에 떠다니는 걸 보면서도, 정작 나는 나를 위한 상담 예약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매일 밤 만성피로 증상에 시달리며 인터넷만 훑었다.

예약금 입금하고 첫 방문하던 날의 어색함

결국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상담 센터에 연락을 넣었다. 구미 부부상담으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나는 개인 상담을 신청했다. 비용은 회당 8만 원 정도였고, 처음 방문했을 때 대기실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어색했다. 누군가는 루카 지단처럼 국가대표 골문을 지키는 압박감을 이겨내기 위해 상담을 받는다고 하는데, 나는 고작 일상에서 느끼는 모호한 불안함과 이유 없는 짜증 때문에 여기 앉아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부끄러웠다. 상담실 안쪽에서는 아이 웃음소리가 들렸는데, 아마 아동미술치료를 받는 아이인 것 같았다. 그 소리를 들으니 괜히 내 고민이 너무 가벼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상담사와 마주 앉아 헛웃음을 지었다

상담사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요즘 어떤 게 힘드냐고 물었다. 사실 딱히 꼬집어 말할 만한 큰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모든 게 조금씩 버거웠다. 술 끊는 방법을 물어볼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도 아니었다. 그냥 몸도 마음도 붕 떠 있는 기분이랄까. 상담사는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더니 요즘 유행하는 심리 테스트 같은 도구가 아니라, 그냥 내 말투나 평소 습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상담을 받으면 드라마처럼 ‘아, 이거였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냥 내 입으로 내 속마음을 뱉어내는 게 전부였다. 그게 생각보다 더 지치고 힘든 과정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치료인지 대화인지 모를 시간들이 흐르고

벌써 5회차 상담을 마쳤다. 상담비로 나간 돈을 계산해보니 벌써 40만 원이다. 이 돈이면 사고 싶었던 걸 샀을 텐데 싶다가도, 막상 상담실을 나올 때는 마음이 아주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기도 했다. 사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게 정말 치료가 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돈을 내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산 건지 가끔 혼란스럽다. 최근에는 소아청소년정신과나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글을 찾아보며 비교해보곤 하는데, 다들 각자 자기만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상담이 내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꿔놓지는 못했다. 어제도 여전히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고, 만성피로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으니까.

상담이 끝나도 일상은 여전히 그대로다

상담 센터를 나오면 곧바로 바깥의 소음이 들린다. 편의점에 들러 탄산수 하나를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똑같다. 누군가에게는 이 상담 과정이 축구 인생을 바꿀 만큼 큰 힘이 되었다지만, 나에게는 아직 그 정도의 변화는 없다. 상담사님은 계속 지켜보자고 하는데, 사실 나는 아직 상담을 더 이어가야 할지, 아니면 그냥 내 방식대로 이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게 나을지 확신이 없다. 상담을 다녀와서도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숙제처럼 남아 있다. 아마 다음 상담 시간에도 나는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며, 또 돈을 쓰고, 그러고도 여전히 무언가 부족한 채로 상담실을 나오게 되지 않을까.

“상담 센터 문을 두드리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에 대한 4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