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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문제인 줄 알고 찾아갔던 병원에서 들은 뜻밖의 이야기

무기력증이 단순한 게으름인 줄 알고 방치했던 시간들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지 삼 년쯤 되었을 때였나, 유독 아침에 일어나는 게 지독하게 힘들었다.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주말 내내 잠만 자도 월요일이 되면 머리 뒤쪽이 묵직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번아웃이나 가벼운 우울증이 찾아온 줄 알았다. 일할 때 집중을 전혀 못 하고 멍하니 모니터만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처음에는 내가 요즘 해이해졌구나 싶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런데 할 일을 계속 미루고 미루다 마감 직전에야 겨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끝내는 패턴이 반복되니까 몸도 마음도 완전히 망가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조용한 ADHD’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다. 산만하게 돌아다니지는 않지만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잡생각이 떠오르고 일을 시작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 증상이라는데, 딱 내 얘기 같았다. 멘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일상이 삐걱거리는 걸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당 근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기까지 고민했던 과정

결국 집 근처나 회사 주변 병원을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판교정신과나 서현정신과 쪽으로 후기를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병원이 예약으로 꽉 차 있어서 당장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전화해 본 몇몇 곳은 아예 당분간 신규 환자를 안 받는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여의도정신건강의학과나 강북구정신과 같은 멀리 있는 곳까지 가기에는 퇴근하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최대한 퇴근길 동선에 있는 곳으로 추려야 했다. 겨우 서현역 근처의 한 정신건강의학과에 예약을 잡고 방문했던 날이 기억난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묘하게 조용하고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나처럼 직장인 점퍼를 입고 멍하니 휴대폰을 보는 사람도 있었고, 지쳐 보이는 대학생 같은 사람도 있었다. 대기실에 있는 내내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앉아 있나 하는 생각과, 혹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동시에 들었다. 요즘은 정신과 문턱이 낮아졌다고들 하지만, 막상 진료실 문 앞에 서니 심장이 쿵쾅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공황장애나 심각한 불면증으로 오는 것 같은데 나처럼 집중력 좀 떨어진다고 오는 게 맞나 싶어 멋쩍기도 했다.

처음 받아본 검사 결과와 생각지도 못한 조용한 ADHD 판정

첫날은 의사 선생님과 한 10분 정도 짧은 면담을 하고 나서 몇 가지 설문지와 기계 검사를 진행했다. 종합주의력검사(CAT)라는 걸 했는데, 모니터를 보면서 특정 신호가 나올 때만 버튼을 누르는 간단하지만 지루한 테스트였다. 하는 동안 계속 딴생각이 들어서 스스로도 검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이날 검사 비용과 진료비로 총 15만 원 안팎의 금액이 나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비용이 꽤 나와서 지갑을 열 때 멈칫하게 되더라. 며칠 뒤 결과를 보러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은 내 검사 그래프를 보여주며 주의집중력 항목에서 저하 수치가 나왔다고 했다. 우울증 증상도 겹쳐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뇌의 각성 수준이 낮아서 생기는 조용한 ADHD 성향이 강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진단명을 듣고 나니 한편으로는 내가 그동안 게을러서 그랬던 게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건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약물 복용을 시작하면서 겪은 일상적인 변화와 부작용

처방받은 약은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의 서방형 제제였다. 아침마다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첫 주에는 머릿속이 갑자기 조용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매일 라디오 볼륨을 작게 틀어놓은 것처럼 웅성거리던 잡생각들이 싹 사라지고 눈앞의 일에 바로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신기함도 잠시였고, 부작용이 서서히 올라왔다. 오후가 되면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입맛이 뚝 떨어졌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억지로 몇 숟가락 뜨는 둥 마는 둥 했다. 가장 곤혹스러운 건 늦은 오후에 약효가 떨어질 때 찾아오는 ‘리바운드’ 현상이었다. 갑자기 기분이 급격하게 가라앉으면서 우울증 비슷한 무기력감이 아침보다 더 심하게 밀려왔다. 멘탈관리를 하려고 먹은 약인데 하루 동안 감정의 기복이 너무 커지니까 오히려 회사 생활을 유지하는 게 더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망상장애치료를 받는 사람들처럼 심각한 부작용은 아니겠지만, 내 몸이 약물에 좌우된다는 느낌 자체가 유쾌하지는 않았다.

약만 먹는 것과 심리상담을 병행하는 것 사이에서의 갈등

약을 몇 달간 복용하면서 문득 약물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본적인 생각 회로를 바꾸지 않으면 약을 끊었을 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 같았다. 그래서 대학 시절 사촌 동생 때문에 알아봤던 청소년심리상담센터나 일반 성인 사설 심리상담소를 다시 찾아보기도 했다. 상담 비용을 알아보니 1회당 10만 원에서 15만 원 선으로, 매주 가기에는 재정적으로 상당한 부담이었다. 정신과 병원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한 번 갈 때 약값 포함 2만~3만 원 선인데 반해, 심리상담센터는 비급여라 문턱이 훨씬 높았다. 주변에서는 심각해지기 전에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도 보았다. 지인의 아는 사람은 심한 알콜중독으로 알콜중독강제입원 절차를 밟았다고 하던데,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 비하면 나는 아주 경미한 수준이겠지만 스스로 느끼는 일상의 답답함은 결코 작지 않았다. 결국 비용 문제 때문에 선뜻 상담을 예약하지 못하고 계속 정신과 약만 타다 먹는 일상이 이어졌다. 지금도 약을 계속 먹는 것이 맞는 선택인지, 아니면 약을 줄이고 다른 방법으로 극복해야 하는지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여전히 약효가 도는 시간 동안만 집중력을 쥐어짜 내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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