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정신과 상담과 심리치료, 막상 해보면 생각과 다른 점들

직장 생활 10년 차, 매일 아침 머리통증을 달고 살면서 자율신경실조증인가 싶어 덜컥 겁이 나던 때가 있었습니다. 남들은 다 버티는 것 같은데 나만 무너지는 것 같아 정신과 문턱을 넘기까지 몇 달을 고민했죠.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빙의치료’나 ‘최면치료’ 같은 드라마틱하고 비과학적인 무언가에 솔깃하기도 했습니다. 당장 이 고통을 한 번에 지워줄 마법 같은 해결책을 찾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초진 차트를 작성할 때는 손이 덜덜 떨리더군요. 인테리어가 깔끔한 곳부터 가봤는데, 막상 상담실에 앉으니 내가 기대했던 ‘따뜻한 위로’보다는 매우 건조하고 비즈니스적인 문답이 오갔습니다. 이게 현실이더군요. 상담료는 회당 5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였고, 15분 정도의 짧은 진료는 마치 ‘오늘 하루 기분 어땠나요?’라는 식의 기계적인 체크로 끝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실수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상담만 받으면 곧바로 ‘괜찮아질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사실 정신과 상담은 드라마처럼 한두 번의 대화로 삶이 바뀌는 게 아닙니다. 저의 경우,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컸습니다. 3개월 정도 꾸준히 약을 먹고 상담을 병행했는데, 처음에 기대했던 ‘불안의 완전한 소멸’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일상 속 충동조절장애나 경계성성격장애 증상이 어떤 상황에서 트리거되는지를 관찰하는 ‘훈련’ 과정에 가깝더군요. 어떤 날은 약 부작용으로 하루 종일 몽롱해서 일에 지장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게 정말 나에게 맞는 방향인지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 정말 많았죠.

전문가들은 흔히 ‘스스로를 안아주라’고 말하지만, 당장 생계가 걸린 30대에게 그건 참 어려운 숙제입니다. 상담을 선택할 때 고려할 점은 분명합니다. 비용 효율성을 따진다면 민간 심리상담소보다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먼저 알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여기서는 초기 상담이 무료이거나 훨씬 저렴하지만, 예약이 꽉 차 있어서 2~3주를 대기해야 한다는 trade-off가 존재합니다. 반면 유명한 소아정신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접근성은 좋지만 매달 나가는 진료비와 약값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0분 상담에 7만 원을 쓰고 나오면서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싶었던 날도 분명 있었습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은, 정신과 상담이 만능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저에게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건 상담보다 ‘폰프리 스쿨’처럼 제 삶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강제로 외부 산책 시간을 늘렸던 ‘생활 습관의 교정’이었습니다. 물론, 상황이 정말 심각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면 즉시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단순한 번아웃을 정신 질환으로 오해하거나, 반대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을 의지로만 해결하려다 병을 키우기도 합니다. 이 경계선을 판단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모호합니다.

결국 상담은 ‘답을 얻는 곳’이 아니라 ‘나를 괴롭히는 요소를 하나씩 솎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30대 직장인으로서 느끼기에, 상담료가 부담된다면 무리해서 고가의 클리닉을 고집하기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일반 정신과에서 꾸준히 데이터를 쌓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6개월간 상담을 지속한 끝에 얻은 결론은,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확신보다는 ‘내 마음이 이럴 땐 이렇게 대처하자’는 일종의 매뉴얼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상담은 마법이 아니라, 내 마음의 지도를 그려보는 지도 제작 과정과 비슷합니다.

이 글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냉정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과 상담은 누군가에게는 구원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는 옷일 수도 있습니다. 본인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일은 거창한 치료를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오늘 하루 어떤 상황에서 가장 불안했는지 딱 두 줄만 일기로 적어보는 것입니다. 그 기록을 가지고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물론, 이런 시도조차 하기 힘들 만큼 무기력하다면 고민하지 말고 바로 가까운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문을 두드리세요. 다만, 당신의 노력이 즉각적인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자책하지는 마십시오. 우리네 마음은 기계 부품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정신과 상담과 심리치료, 막상 해보면 생각과 다른 점들”에 대한 4개의 생각

  1. 약 먹으면서 관찰하는 훈련이라니, 정말 와닿는 이야기네요. 처음에는 뭔가 드라마 같은 변화를 기대했는데,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게 조금 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응답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