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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문제로 밤새 검색창만 들여다보던 날들

처음에는 단순히 습관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거실 불을 켜놓고 쇼파에 앉아 새벽 세 시까지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다. ‘우울증 자가진단’이나 ‘불면증 해결’ 같은 단어들을 검색창에 넣고 삭제하기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그저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 믿고 싶었다. 퇴근길에 습관처럼 편의점에 들러 맥주 네 캔을 집어 들던 게 화근이었을까.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머리가 멍하고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과음 탓이라고 치부했는데, 최근 본 알코올 중독 관련 연구 기사들을 보니 뇌의 해마 쪽 신경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게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밤잠이 더 달아났다.

강남의 정신의학과를 기웃거리며 느낀 거리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강남 쪽에 위치한 정신의학과 몇 곳을 찾아봤다. 그런데 막상 홈페이지에 적힌 화려한 상담 후기나 체계적인 진료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니 오히려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마치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지저분하고 엉망인 감정 상태가 ‘치료 상품’처럼 느껴져서였다. 어떤 곳은 사설 앰뷸런스 이용까지 안내하며 중증 환자 위주로 돌아가는 분위기였는데, 나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방어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정말로 덜 심각한 건지 구분이 안 갔다. 병원비가 한 번에 얼마 정도 나올지 가늠해보며 상담 버튼을 눌렀다 지우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술을 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다시 편의점으로

정말 한심하게도 이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퇴근 시간이 되면 다시금 술 생각이 났다. 몸이 망가진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몸은 이미 익숙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한다. 포항해경 캠페인이나 보건소에서 하는 음주 예방 프로그램 같은 기사를 보며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걸 실천할까’ 싶어 부럽기도 했다. 고글을 쓰고 직선을 걷는 음주 체험을 해보면 어떤 기분일까. 사실 나는 이미 내 인생이 비틀거리는 걸 느끼고 있는데, 고글을 쓴 상태보다 더 뿌연 안개 속에 갇힌 기분이다. 가끔씩은 이게 유전적인 요인일까 하는 비겁한 생각도 든다. 유명한 축구 선수의 힘들었던 가정사를 읽으면 묘한 동질감마저 느껴지는 게 내 수준이다.

법적 분쟁까지 찾아보게 된 이유

어느 날 밤에는 술 문제로 시작된 이혼 상담 글들을 읽고 있었다.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배우자와 사는 사람들의 고통이 담긴 글들인데, 나중에는 내가 저런 상황이 될까 봐, 혹은 내가 이미 남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가 밀려왔다. 위자료 2천만 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적힌 글을 보면서 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종잡을 수 없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상담일까, 아니면 그냥 술을 끊는 단순한 행위일까. 사실 답은 정해져 있는데 왜 이렇게 돌아가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불안감

오늘도 또 술을 마시지 않고 버텨보겠다고 다짐하며 이 글을 쓴다. 그런데 사실 내일 저녁이 되면 또 오늘처럼 무너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완전히 나아질 거라는 확신도 없고, 그렇다고 평생 이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 병원을 가서 진단을 받아보면 지금의 이 불분명한 불안함이 해결될까? 아니면 오히려 ‘중독’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더 깊은 수렁으로 들어가는 건 아닐까 하는 알 수 없는 불안함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어차피 내일이면 또다시 검색창에 비슷한 단어들을 입력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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