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건망증이 예전 같지 않아서
며칠 전부터 엄마가 자꾸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처음에는 그냥 나이가 드셔서 그러려니 넘기려고 했는데, 며칠 연속으로 냄비 태우는 일이 겹치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예전에 TV에서 한혜진 씨가 어머니랑 치매 검사받고 울던 장면이 계속 뇌리를 스쳤다. 그게 참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결국 예약도 없이 동네 병원을 갈까 하다가, 기왕이면 좀 더 정밀하게 보고 싶어서 대학병원급으로 예약을 잡았다. 진료 예약 잡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전화 연결은 왜 이렇게 안 되는지, 한참을 기다리다가 겨우 날짜를 잡았다.
대학병원 예약과 그날의 대기 시간
병원에 도착하니 사람이 정말 많았다. 접수처에서 서류 쓰고, 이름 불릴 때까지 기다리고.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엄마는 그저 평온해 보였다. 나는 오히려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며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알츠하이머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한 건망증인지, 그 차이를 설명하는 글들을 하도 많이 읽어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검사 비용은 대략 15만 원 정도 예상하고 갔는데, 상황에 따라 MRI를 찍거나 하면 50만 원이 훌쩍 넘을 수도 있다고 해서 카드 한도부터 확인했다. 돈보다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그게 문제지.
머릿속을 스치던 알츠하이머 관련 정보들
기다리는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요즘 아리바이오 같은 곳에서 신약 개발도 하고, AI로 뇌 영상을 분석한다는 기사들도 얼핏 본 기억이 났다. 정재준 박사 인터뷰였나, 아무튼 다중 기전 치료제라는 게 나온다는데 그게 우리 엄마한테도 해당되는 날이 올까 싶었다. 주변에서는 너무 앞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나. 혹시라도 유전자 검사에서 안 좋은 결과라도 나오면 어쩌나 싶어서 식은땀이 났다. 아포이 4 유전자인가, 그거 보유하면 일반인보다 4배 높다는 기사를 읽은 게 화근이었다. 정보가 많아도 독인 것 같다.
뇌 CT 촬영과 검사 이후의 묘한 정적
검사는 생각보다 길었다. 뇌 CT를 찍고, 인지 기능 검사라는 것도 했다. 밖에서 기다리는 1시간이 1년처럼 느껴졌다. 엄마가 검사실에서 나올 때 표정을 살폈는데, 그냥 평소랑 똑같았다. 오히려 내가 더 긴장한 것 같아서 민망할 지경이었다. 검사 결과는 일주일 뒤에 나오기로 했는데, 담당 의사 선생님은 일단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짧게 한마디 던지셨다. 사실 그 말이 큰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그냥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막상 결과를 들으려니 또 무서워지는 이 모순적인 마음이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느꼈던 막막함
병원 문을 나서는데 갑자기 해가 지고 있었다. 강남구 어디쯤이었던 것 같은데, 도로에 차들이 꽉 막혀서 한참을 서 있었다. 엄마는 옆에서 졸고 계셨다. 저 얼굴이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울컥했다.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니 뭐니 해도, 결국 예방할 수 있는 건지 아닌 건지 명확한 답은 없는 것 같다. 고압산소치료가 뇌 건강에 좋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서 다음에는 그걸 한번 알아볼까 싶기도 하고.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뭘 더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오늘 하루는 그냥 좀 피곤하다. 집에 가면 엄마랑 따뜻한 밥이나 한 그릇 먹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