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내 마음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기분이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누군가 내 마음을 아주 가늘고 긴 바늘로 계속 찌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자율신경계실조증인가 싶어서 검색도 많이 해보고, 혹시 뇌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걱정도 했다. 주변에서는 다들 바쁘게 사는데 나만 유독 예민하게 굴고 있다는 생각에 더 우울해지기도 했다. 결국 고민 끝에 큰맘 먹고 심리상담 센터를 예약했다. 요즘은 부천정신건강의학과 같은 곳도 많고, 찾아보면 정보를 얻을 곳은 널렸지만 막상 상담실 문 앞에 서니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예약금과 시간의 무게에 대하여
내가 방문했던 곳은 상담 비용이 회당 8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였다. 사실 적은 돈은 아니다. 한 번 가서 대화 몇 마디 나누는 게 전부일지도 모르는데, 이 비용을 들여야 하나 싶어 예약 직전까지도 몇 번을 망설였다. 상담 시간은 50분이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앉으니 50분이 5분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또 어떨 때는 5시간처럼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상담 선생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물으셨는데, 이상하게 내 입에서는 자꾸 엉뚱한 대답만 튀어나왔다. 분명 나를 위해 온 건데, 방어기제인지 뭔지 모를 무언가가 계속 나를 가로막는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내 속마음을 꺼내 놓는 게 너무 어색해서 그냥 날씨 얘기나 요즘 보는 드라마 얘기를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낸 적도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묘한 공허함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늘 마음이 더 무거웠다. 누군가에게 내 치부를 드러냈다는 부끄러움 때문이었을까. 길을 걷다 보면 괜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고, 내 얼굴에 ‘상담받고 오는 사람’이라고 쓰여 있는 것만 같았다. 사실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말이다. 한 번은 상담 중에 강박사고에 대해 얘기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터져서 당황하기도 했다. 그냥 억울했던 것 같다. 왜 나만 이렇게 일상적인 것도 어렵게 느끼며 살아야 하는지,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잘만 지내는데 왜 나만 이렇게 꼬여 있는지. 그런 마음들이 상담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조금씩 밖으로 삐져나왔던 것 같다.
병원과 센터 그 어디쯤에서
한동안은 상담이 다 해결책이 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드라마처럼 한 번에 해결되는 마법 같은 일은 없었다. 어떤 날은 상담 선생님이 건넨 위로가 참 따뜻했는데, 또 어떤 날은 그 위로조차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반감이 들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상담을 받는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보통은 ‘거기까지 가야 해?’라는 식의 반응이 돌아오거나, 너무 과한 걱정을 해서 오히려 내가 ‘아니야, 그냥 좀 힘든 거야’라고 수습하게 만들었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게 대단한 병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겁이 났는데, 막상 상담을 시작하고 나니 그저 감기에 걸려 내과에 가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아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계속되는 고민과 미완의 결론
요즘은 상담을 갈 때 예전만큼 긴장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내 문제가 드라마틱하게 다 해결된 것도 아니다. 여전히 밤마다 잠이 안 와서 뒤척이기도 하고, 괜한 걱정에 사로잡혀 자율신경계실조증 증상처럼 심장이 빨리 뛰는 날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때 조금 덜 무섭다. 아, 내가 또 불안하구나, 하고 한 걸음 떨어져서 나를 보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상담 선생님이 해준 말 중에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이 참 뻔한데도 듣는 순간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아직도 내 마음이 어디로 흐르는지 잘 모르겠다. 상담을 얼마나 더 받아야 할지, 아니면 이제 그만둬도 될지 결정하지 못한 채로, 오늘도 예약 문자를 다시 확인한다. 완벽한 치료 같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이렇게 덜 아프게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익혀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결론이 나지 않는 이런 마음들도 왠지 내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저도 예약 전에 비슷한 마음으로 몇 시간이나 서성인 적이 있어요. 상담 시간의 주관적인 느낌이 정말 다를 수 있네요.
밤에 잠 못 이루는 느낌, 저도 자주 느껴져요. 스스로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