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전화를 걸기까지가 너무 힘들었다
한동안 가슴이 답답하고 새벽마다 잠에서 깨는 일이 잦아졌다. 이게 화병인지 아니면 단순히 스트레스가 쌓인 건지 구분도 안 되는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주변에서는 다들 힘들게 산다며 좀 참아보라고 하지만, 막상 겪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기분을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인터넷에 유명한 정신과를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후기들이 오히려 나를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특히 연세소울정신과나 지혜샘정신과처럼 이름이 알려진 곳들은 예약 잡기도 힘들다는 말이 많아서 더 그랬다. 결국 동네 근처에 있는 곳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기까지가 며칠 걸렸다. 내 발로 정신과 문을 두드린다는 게 생각보다 큰 결심이 필요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대기실에서 보낸 묘한 40분의 시간
병원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나처럼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니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기분과 동시에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40분 정도 기다렸는데, 그동안 스마트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주변을 훑었다. 릴렉스온 같은 보조제 광고가 벽에 붙어 있었는데, 저런 걸 먹는다고 해결이 될까 싶다가도 나도 모르게 ‘한 번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대기실 소파가 조금 낡아서 자꾸 엉덩이가 미끄러졌는데, 그 사소한 불편함 때문에 더 긴장했던 것 같다.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로 들어갈 때까지 손에 땀이 꽤 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덤덤했던 진료
의사 선생님은 내 예상보다 훨씬 무덤덤했다. 내가 뭔가 드라마틱한 상황을 기대했는지 아니면 아주 특별한 처방을 원했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그냥 내가 겪는 증상들을 차분히 받아 적으셨다. ‘자율신경계가 많이 지쳐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이상하게 눈물이 날 뻔했다. 사실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정말 큰일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반반 섞여 있었다. 비용은 초진이라 검사비까지 포함해서 6만 원 정도가 나왔다. 생각보다 비싸지는 않았지만, 매번 와야 한다면 조금 부담될 것 같기도 하다. 상담은 20분 정도 이어졌고, 약을 한 보따리 받아서 나왔다.
약봉지를 들고 나오는 기분
약국에서 받은 약봉지를 가방에 넣는데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감기약이나 다른 약이랑 섞어 먹지 말라는 약사님의 주의사항을 건성으로 들으며 병원을 빠져나왔다. 막상 병원을 나오고 나니 ‘이제 다 해결되겠지’ 싶은 마음보다는 ‘이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 싶은 걱정이 앞섰다. 안동이나 청주 같은 타지에서 온 사람들도 있다던데, 나는 고작 동네 병원 하나 오는 것도 이렇게 진을 뺐으니 참 유난인가 싶기도 하다. 물론 약을 먹기 시작하면 조금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있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시작해 보기로
오늘 처방받은 약이 나랑 잘 맞을지는 모르겠다. 정신과 약은 부작용 이야기도 많고,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막연한 공포도 있다. 하지만 일단 이렇게 한 걸음 뗐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탄산수를 하나 샀는데, 목이 타는 기분은 여전하다. 앞으로 몇 번 더 다녀봐야 알겠지만, 지금 당장은 나 자신을 돌보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이게 치료의 끝이 아닐 거라는 건 확실하다. 어쩌면 이게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 보는 사람들 보니까 저도 불안한 마음 때문에 폰만 계속 보고 있었던 거 같아요.
저도 약 봉지 들고 나가면서 비슷한 느낌 받았던 적 있어요. 왠지 초조해지는 게…
탄산수 마시면서도 목이 타는 게 느껴지네요. 자율신경계 문제라니, 몸이 스스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기분이어서 좀 그랬던 것 같아요.
탄산수 마시면서 목이 타는 느낌, 정말 공감돼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정신과 방문을 미뤘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