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다가오면 유독 머리가 지끈거릴 때가 있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는 기분도 들고. 처음에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 장남이나 장녀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혹은 뭔가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나만 이런 건가 싶었는데,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외로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특히 어버이날 전후로 부모님 건강에 신경 쓰느라 더 예민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체중이 줄거나 식욕이 없어지는 것 같은 변화를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살펴봐야 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물론 내 이야기이기도 했다. 부모님 건강도 걱정되는데, 나 스스로도 뭔가 꼬인 기분이 드는 게 싫어서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았다.
뭔가 꼬이기 시작한 느낌
어버이날 선물도 준비해야 하고, 가족들 모이는 날 식사는 누가 준비할지, 부모님한테 뭐 필요한 거 없으신지 이것저것 챙길 게 많아지니까 머릿속이 복잡해지더라. 분명 해야 할 일 목록을 적어두긴 했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앉아 있거나, 괜히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마감일이 있는 일을 하는데도 자꾸 기한을 넘기게 되는 패턴이 3년쯤 됐다는데, 내가 딱 그런 것 같았다. 분명 노력한다고 하는데도 잘 안 고쳐지는 게 답답했다.
이게 그냥 게으름이라기에는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몸이 무겁고, 뭘 해도 재미가 없는 그런 기분. 예전에는 그래도 억지로라도 뭘 했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힘들어지는 느낌이랄까. 이러다가 정말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걸로 이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버이날 앞두고 두통이 심해졌다는 기사를 보니, 이게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을 회피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건당 수당으로 받는 일을 하는데 마감을 계속 못 지킨다는 게, 결국 내 능력 부족인 건가 싶기도 하고. 투두리스트도 만들어보고, 스케줄 관리 앱도 써봤는데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또다시 예전 패턴으로 돌아왔다. 그냥 내가 의지가 약한 건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이 일을 그냥 하기 싫은 건가 싶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책임감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하기도 하는데, 사실 책임감이 없다고는 말 못 하겠다. 다만 그걸 어떻게 해내야 할지를 모르겠는 거다.
결국 이런 스트레스를 오래 방치하면 두통이나 소화불량 같은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나도 속이 더부룩하거나 머리가 아플 때가 잦았다.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는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솔직히 아직 엄두가 나질 않았다. 어디 가서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노인 우울증, 남의 이야기가 아닌 듯
부모님 건강도 걱정되지만, 사실 나 자신도 좀 괜찮은 상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에서는 노인 우울증은 슬픔보다는 무기력함, 식욕 저하, 수면 변화, 흥미 상실 등으로 나타난다고 하는데, 내가 느끼는 증상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뭘 해도 즐겁지 않았다. 그냥 하루하루 버텨내는 느낌이랄까.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ESG 경영의 일환으로 직원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것도 이해가 됐다. 마음의 병으로 퇴사하거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나도 지금 뭔가에 집중하기 어렵고, 의욕 자체가 떨어진 상태니까. 누군가에게는 그냥 ‘꾀병’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이런 스트레스 관리는 ‘버티기’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같다. 당장 뭐부터 해야 할지 명확하게 정해진 건 없지만, 일단 나 혼자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작은 변화부터 시도해 봐야겠다. 예를 들어, 거창한 계획보다는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해보는 식으로.
어버이날도 코앞이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이게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그냥 막연하게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렇게 글이라도 써보는 게, 뭔가 나를 돌아보는 첫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시간 지나면서 스트레스가 신체에 나타나는 게 정말 느껴지네요. 특히 불안하면 머리가 자주 아팠어요.
글 읽어보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더라고요. 뭔가 기운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몸이 진짜 무거워지는 느낌이 확실히 있어요.
요즘 비슷한 느낌으로 지내는 것 같아요. 무기력감 때문에 쉽게 뭘 시작하려 들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