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의 고민
솔직히 말하면 강남역 근처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냥 조금 피곤한 거겠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 거겠지 하면서 스스로를 계속 달랬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탔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다음 역에서 급하게 내렸다. 그날 이후로 어디를 가나 주변을 살피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인터넷에서 공황장애 치료 병원을 검색해보면 온통 광고뿐이라 더 혼란스럽기만 했다. 내가 지금 이걸 진료받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좀 쉬면 나아지는 건지 판단이 안 섰다.
예약과 첫 방문의 어색함
결국 집 근처나 강남 쪽으로 몇 군데 추리다가 평이 너무 화려하지 않은 곳을 골랐다. 사실 화려한 후기가 오히려 부담스럽기도 했다. 상담 비용은 초진이라 대략 5만 원에서 7만 원 사이였던 것 같다.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대기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다 나처럼 무표정하게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그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왠지 모르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로 들어가는 복도를 걸어가는데,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내 증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의사가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지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정작 진료실에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은 아주 담담하게 물어보셨다. 무슨 대단한 대답을 기대했던 건지, 아니면 위로를 바랐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일상적인 질문 몇 개에 답을 하고 나니 약을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약을 먹으면서 든 생각들
처방받은 약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챙겨 먹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입이 바짝 마르고 묘하게 몽롱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게 약 부작용인지 아니면 내 마음이 불안해서 그런 건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약값은 일주일에 2만 원이 조금 안 되는 정도였다. 병원까지 가는 길은 왕복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사실 가끔은 이 시간을 들여서 가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은 잘만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유난을 떨며 병원을 다니는 건 아닌지 생각하면 문득 우울해지기도 한다. DEEPTMS 같은 비싼 치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당장은 그냥 약으로 버텨보고 싶어서 추가적인 검사는 하지 않았다.
상담과 현실 사이의 괴리
가끔 진료를 마치고 강남역 뒷골목을 나오면 세상은 너무나 평온하게 돌아가고 있다. 나만 멈춰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선생님은 상담을 할 때마다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하시는데, 현실은 천천히 갈 여유가 없다. 직장 일도 해야 하고, 관계도 유지해야 한다. 노원이나 양천구 쪽 정신과도 알아봤지만, 결국 이동하기 편한 곳으로 정착하게 됐다.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게 좋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어제는 조금 괜찮았다가 오늘은 다시 불안감이 덮쳐온다. 이 불안이 정말 나아지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무뎌지고 있는 건지 가끔 혼란스럽다. 한의원에서 후두신경통 치료를 받아볼까 고민했던 적도 있었는데,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픈 건지, 마음이 아프니 몸이 아픈 건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도 계속 병원을 다녀야 할까
사실 다음 주 예약이 잡혀 있는데 벌써부터 가기가 조금 귀찮다. 그냥 좀 쉬면 될 것 같은데, 굳이 또 가서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약을 마음대로 끊으면 안 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가끔은 약 없이도 잘 지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어쩌면 이 과정 자체가 그냥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가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정말 좋아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이 상태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상담실에서 나왔을 때의 그 기분은 매번 다르다. 어떤 날은 속이 시원하다가도, 어떤 날은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굳이 돈 내고 하고 있나 싶어 허무하다. 이런 마음이 드는 건 나만 그런 건지 궁금할 때가 있다.

지하철에서 갑자기 숨이 막히는 느낌, 정말 공황 발작과 비슷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고통을 잘 알 것 같아요.
저도 예약 때문에 그런 날 있더라구요. 계속해서 대화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잠깐이라도 멈춰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