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의 어색함
사실 몇 달 전부터 계속 몸이 이상했다. 정확히는 몸보다는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입안이 바짝 말라 있어서 물부터 찾게 되고, 오후 3시쯤 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처음에는 그냥 회사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요즘 다들 이 정도는 달고 사니까. 그런데 어느 날은 길을 걷다가 갑자기 숨이 제대로 안 쉬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멈춰 섰다. 그때 문득 겁이 났다. 강남에 있는 유명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를 검색했다. 예약제라고는 하는데 당일 예약이 되는 곳을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겨우 자리가 난 곳은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좀 걸어 들어가야 하는 오피스텔 건물 5층이었다.
대기실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
병원에 도착해서 문을 여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나는 그냥 나만 힘든 줄 알았지 이렇게 많은 사람이 평일 낮에 여기 모여 있을 줄은 몰랐다. 접수처에 앉아 있는 간호사분은 아주 사무적으로 내 이름을 물었고, 나는 쭈뼛거리며 신분증을 내밀었다. 진료비는 초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좀 나왔다. 대략 5만 원 정도 결제했던 것 같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다들 스마트폰만 보거나 멍하니 벽을 보고 있었다. 나도 괜히 카톡 창을 켰다 껐다 했다. 옆 사람하고 눈이 마주칠까 봐 계속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다. 내가 여기 왜 왔는지 증명해야 할 것 같은 기분, 혹은 누군가 나를 ‘문제 있는 사람’으로 쳐다보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피해의식이 고개를 들었다.
자율신경 검사라는 이름의 낯선 장치들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에 무슨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자율신경 검사라던가. 손가락에 집게 같은 걸 꽂고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기계에서 삐, 삐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왜 그렇게 신경 쓰이는지 모르겠다. 옆방에서는 호흡 명상 같은 걸 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는데, 솔직히 집중이 하나도 안 됐다. 그냥 ‘내 몸이 왜 이럴까’ 하는 생각만 맴돌았다.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고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차트만 적으셨다. ‘스트레스성 자율신경 불균형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안심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허탈했다. 그게 다인가 싶어서.
약 봉투를 들고 나오며 든 묘한 기분
처방전을 들고 1층 약국으로 내려갔다. 약을 타서 나오는데 강남역의 번잡한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다들 자기 갈 길을 바쁘게 가고 있었다. 나는 약 봉투를 가방 깊숙이 쑤셔 넣었다. 누군가 볼까 봐, 혹은 내가 약을 먹는다는 사실이 들킬까 봐 급하게 걸었다. 상담을 받으면 뭔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거나 머릿속이 개운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약을 타는 내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집에 가서 약을 한 알 삼켰는데, 이게 정말 내 입마름을 고쳐줄지 아니면 그냥 잠만 오게 만들지는 잘 모르겠다. 여전히 머리는 띵하고, 퇴근길 지하철은 너무 답답하다.
상담 그 이후의 숙제와 망설임
병원에서는 정기적으로 와서 경과를 보자고 했다. 상담 비용도 만만치 않고, 매번 시간을 맞춰서 강남까지 나가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싶다. 지자체에서 하는 심리상담 센터도 있다고는 들었는데, 왠지 병원보다는 덜 전문적일 것 같다는 근거 없는 편견도 있다. 어쩌면 내가 정말 필요로 하는 건 상담이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며칠 쉬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오늘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보았던 수많은 사람 중 누군가는 분명 나처럼 약 봉투를 들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왜 이렇게까지 무너졌는지에 대해서는 시원한 답을 내릴 수 없다. 사실은 오늘도 병원 가기 전에 갈까 말까를 수십 번 고민했다. 다음 예약 날짜가 잡혀있긴 한데, 정말로 다시 그 건물을 찾아갈지는 모르겠다.

약 봉투를 들고 나오는 순간,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묘하게 느껴지네요. 집에서 약 먹는 모습이 어색하다는 부분에 공감합니다.
자율신경 검사 소리, 삐-삐 울릴 때마다 불안한 느낌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왠지 몸 상태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답답함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