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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안 되겠어서 예약했던 심리상담 센터에서의 한 시간

마음이 계속 붕 떠 있는 것 같아서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회사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글자가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평소라면 그냥 커피 한 잔 마시고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면 괜찮아졌을 텐데, 그날은 유독 가슴 한구석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주변에서는 다들 스트레스가 쌓이면 운동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서 술 한잔하며 풀라고 하지만, 사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더 소모하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결국 스마트폰으로 평택 근처에 있는 심리상담 센터를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광고가 너무 많은 블로그 글들은 대충 넘기고, 후기가 좀 덤덤해 보이는 곳을 골라 무작정 예약을 잡았다. 상담 비용은 회당 8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였는데, 적은 돈은 아니지만 당장 이 지긋지긋한 두통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야 하는 생각으로 지갑을 열었다.

낯선 공간의 공기, 그리고 상담사와의 첫 만남

예약 당일, 센터에 들어설 때의 그 묘한 긴장감을 잊을 수가 없다. 폐소공포증까지는 아니지만, 좁고 밀폐된 방에 들어가 상담사와 마주 앉는다는 사실이 괜히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차라리 치과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더 마음 편하겠다 싶을 정도였다. 상담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나에게 최근에 힘들었던 일들을 물어봤는데, 정작 입 밖으로 꺼내려니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냥 다 힘들어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왠지 징징거리는 것처럼 보일까 봐 회사 일이며 인간관계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상담사는 메모를 하며 묵묵히 들어주었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좀 어색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주는 사람 앞에 앉아 있다는 게 현실감이 없었달까.

검사지 앞에서 느껴졌던 묘한 허무함

상담 과정 중에 뇌기능 검사 비슷한 간단한 질문지들을 작성했다. 건망증이 심해졌는지, 잠은 잘 자는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일이 잦은지 같은 것들이었다. 질문을 하나씩 읽어 내려가다 보니 내가 스스로를 얼마나 방치하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평소라면 ‘이런 거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고 생각했을 텐데, 종이 위의 글자들에 체크를 하다 보니 왠지 모르게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특히 ‘충동조절장애’나 ‘수면 패턴’에 관한 문항들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증상들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불쾌하기도 했다. 사실 스마트폰을 새벽 2시까지 붙들고 있는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걸 누군가에게 확인받는 과정 자체가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찝찝함과 여운

한 시간의 상담이 끝나고 나올 때는 오히려 머리가 더 무거운 기분이었다. 뭔가 시원하게 털어내고 나면 개운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가 얼마나 엉망으로 살고 있었는지 직면하고 나온 것 같았다. 상담사는 규칙적인 생활과 약간의 산책 같은 걸 권했지만,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마자 다시 밀려오는 공허함은 그대로였다. 동네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처럼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노력해서 스스로를 바꿔야 한다는 그 당연한 결론이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졌다. 상담실 문을 나설 때의 그 밝았던 햇살과, 집에 와서 다시 마주한 똑같은 방의 풍경이 너무 대비되어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마 다음 주에 또 예약을 하겠지만,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하다. 해결이 된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마음을 확인만 하고 온 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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