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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정신과 문턱을 넘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처음 병원 문을 열기까지의 망설임

사실 동네에서 정신과 간판을 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매번 퇴근길에 보던 천호동 근처의 익숙한 상가 건물이었는데, 막상 들어가려고 마음을 먹으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괜히 건물 입구에서 서성거리다가 ‘오늘 날씨가 좀 덥네’ 같은 핑계만 대면서 한두 번 지나치기를 반복했다. 인터넷에서 노원정신과 후기를 검색해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정신과 한의원까지 찾아볼까 싶어 밤늦게까지 고민하기도 했다. 그냥 좀 피곤한 거겠지, 잠을 못 자서 예민한 거겠지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아침에 눈을 뜨는 게 숙제처럼 느껴졌다. 상담 비용이 한 회당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처음에는 그 돈을 써가면서까지 마음을 드러내야 하나 싶어 며칠을 더 미뤘다.

대기실에서의 어색한 침묵

결국 용기를 내서 예약을 잡고 방문했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대기실의 분위기였다. 다들 나처럼 뭔가 말 못 할 고민을 안고 왔을 텐데, 너무 평온해 보여서 오히려 내가 더 유난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기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거의 40분은 기다린 것 같은데, 잡지를 읽으려니 집중도 안 되고 핸드폰만 계속 만지작거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누군가는 눈을 감고 있고, 누군가는 무표정하게 창밖을 보고 있었다.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간 곳은 시설이 꽤 깔끔해서 마치 일반 내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 정적이 너무 길어지니까 오히려 심장이 더 두근거렸다. ‘이름 부르면 뭐라고 말해야 하지?’ 같은 사소한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진료실 안에서의 낯선 대화

막상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 선생님을 마주하니 준비했던 말들이 기억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알콜중독테스트나 심각한 정신 질환에 대해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갔는데, 정작 선생님은 내 현재의 불안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 툭툭 던지듯 질문하셨다. 왠지 거창한 진단을 내려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평범한 대화가 이어져서 오히려 조금 허탈하기도 했다. 선생님은 나더러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위로가 되기보다는 ‘내가 그렇게 유난이었나’ 하는 생각에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약을 처방받아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원했던 건 병명이 아니라 그냥 누군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약을 먹으면서 겪은 소소한 불편함

약을 받아서 집에 오니 문득 덜컥 겁이 났다. 이걸 정말 매일 먹어야 하나. 처음 며칠은 약을 먹고 나면 평소보다 조금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일상적인 업무를 할 때 미세하게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오후가 되면 머리가 띵하게 울렸다. 이게 내 상태가 나아지는 과정인지, 아니면 그냥 약의 부작용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저녁에 먹어야 할 약을 깜빡하고 자버린 적이 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 사실이 떠올라 불안감이 확 올라왔다. 약을 먹느냐 마느냐 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짜증 나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치료를 시작한 지 몇 주가 지났지만, 솔직히 내가 나아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은 상태가 괜찮은 것 같다가도, 비가 오거나 회사에서 조금만 일이 꼬여도 다시 밑바닥까지 기분이 가라앉는다. 예전에 어떤 기사에서 읽었던 것처럼 정말 내 안의 어린아이를 위로해주는 작업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그냥 호르몬 문제인 건지 명확한 답을 얻기 어렵다. 가끔은 그냥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병원까지 가는 길은 여전히 귀찮고, 예약 시간을 맞추는 것도 번거롭다. 어쩌면 나는 완치를 기대하기보다 그냥 이렇게 가끔씩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조금씩 버티는 방법을 배워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내일 또 병원에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발걸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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