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뉴스에서 조현병이나 우울증 같은 질환을 두고 ‘완치’라는 단어를 쓰는 걸 보았다.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을 텐데, 그날따라 그 단어가 묘하게 거슬렸다. 사실 완치라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주변에서 혹은 인터넷 카페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는 보통 ‘관해’나 ‘증상 조절’에 관한 것들이지, 어제까지 아팠던 사람이 오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는 식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약을 먹으면서 겪게 되는 미묘한 감각들
처음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걱정했던 건 약이었다. 우울증 약 종류도 워낙 많고, 사람마다 맞는 걸 찾는 과정이 길다고 하니 겁부터 덜컥 났다. 실제로 진료실에 앉아 의사 선생님이랑 이야기할 때도, 나는 ‘완치가 되나요?’라고 묻는 대신 ‘이걸 먹으면 좀 덜 불안할까요?’라고 물었다. 아마 그때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완전히 낫는다는 기대보다는, 그저 지금의 이 가라앉은 기분만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상담 비용도 매번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로 나오는데, 보험 처리가 되는 항목인지 아닌지 따지는 것도 가끔은 스트레스였다.
치료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최근에는 조현병이나 강박증 같은 질환에 대해 보험사들이 특약을 넣기도 한다고 들었다. 2016년 이후 가입한 실손보험이라면 정신질환 치료비가 보장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세상이 변하긴 했다. 그런데 이런 현실적인 정보들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똑같다. ‘그럼 나는 언제쯤 이 병원을 안 다녀도 되는 거지?’ 하는 의문이다. 보통 완치를 목표로 달려가라고들 하지만,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내 상태를 체크하는 것 자체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강박이 되기도 한다. 나도 한동안은 증상 일기를 쓰면서 조금이라도 나쁜 기분이 들면 금방 좌절하곤 했다.
상담과 환경이 주는 영향력에 대하여
인천 어딘가에 있는 스피치 학원을 다녀볼까 고민했던 적도 있다. 심리적인 장벽을 허무는 데 말을 많이 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퇴근하고 학원까지 가는 길을 생각하면 벌써 피곤해져서 포기하고 말았다. 부부상담 클리닉이나 심리 센터를 찾아가 봐도 상황은 비슷했다. 예약 잡는 것도 일이고, 가서 내 속을 끄집어내는 것도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어떤 날은 정말 나아지는 건가 싶다가도, 비가 오거나 회사 일이 바빠지면 다시 예전의 예민했던 나로 돌아간 것 같아 허탈해진다.
끝맺지 못한 질문들
가끔은 신약이나 로봇 수술 같은 첨단 의료 기술이 기적을 만들어줄 것 같다는 기사들을 보며 멍하니 화면을 바라본다. 물론 과학이 발전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당장 내일의 나를 버티게 하는 건 거창한 완치가 아니라, 그냥 오늘 하루 별일 없이 넘어갔다는 안도감인 것 같다. 최면 치료를 받아볼까, 아니면 그냥 약을 좀 더 늘려달라고 해야 하나, 이런 고민들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똑같은 약을 챙겨 먹는다. 이게 정답인지, 아니면 그저 시간 끌기인지 잘 모르겠다. 가끔은 이렇게 물음표를 남겨둔 채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최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다들 비슷하게 살고 있는 걸까.

증상 일기를 쓰면서 불안감 해소하는 방법,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비슷한 시기에 그랬어요.
진료받을 때 불안한 마음이 느껴져요. 약 복용 외에, 주변 환경이나 상담 방식이 치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완치라는 단어 대신 ‘관해’라는 표현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네요. 약 복용 중 겪는 변화는 드라마틱한 해결보다는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일 때 더 와닿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