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진짜 이유 없이 왼쪽 머리통증이 며칠째 가시질 않아서 좀 예민해진 상태였다. 처음에는 그냥 목디스크가 도졌나 싶어 미아 근처 정형외과에 가볼까 했는데, 막상 병원 검색창을 열어보니 내가 진짜로 몸이 아픈 건지 아니면 그냥 마음이 곯아서 몸까지 탈이 난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멘탈관리라는 게 대단한 건 아니라고들 하지만, 막상 혼자 해결하려고 하면 그게 또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성북구 쪽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본 정신과 간판을 보고, 거기서 그냥 발길을 돌릴지 아니면 들어가 볼지 한 10분은 서성였던 것 같다. 상담심리센터라는 글자 옆에 붙은 진료 시간표를 보는데, 내가 감당해야 할 정신과 상담비용이 대략 얼마쯤일지,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예약 없이 그냥 들어가는 게 맞나 싶었다
병원이나 센터라는 곳은 항상 예약이 기본인 것 같아서 더 망설여졌다. 사실 상담이라는 게 내가 원한다고 해서 당장 오늘부터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곳은 몇 주씩 대기해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들어서 더 그랬다. 예전에 한번 청소년상담센터 같은 곳을 지나칠 때도 느꼈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에너지를 반쯤 소모하게 만드는 것 같다. 어떤 날은 그냥 가벼운 조언 한 마디면 될 것 같은데, 어떤 날은 정말 내 속을 다 뒤집어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덜컥 겁부터 난다. 그냥 동네 근처의 유명한 한의원에 가서 침이나 맞고 올까, 아니면 이 불편함을 좀 더 참고 지내볼까 하는 고민이 계속 맴돌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건강관리의 중심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옮겨갔다고는 하지만, 내 마음의 예방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비용과 시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애매함
정신과 상담비용을 검색해보면 다들 천차만별이다. 보험 적용이 되는 범위도 있고 안 되는 범위도 있어서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요즘은 AI니 바이오니 하면서 신약 개발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내 마음 편하게 털어놓을 곳 하나 찾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한 번 상담을 받으러 가면 최소 5만 원에서 10만 원은 깨진다는 얘길 들으면, 그 돈으로 차라리 맛있는 걸 먹고 기분 전환을 하는 게 나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당장 눈앞의 비용을 생각하면 마음이 쪼그라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상담 시간이 내 퇴근 시간과 맞지 않으면 그것도 일이다. 평일 낮에 시간을 내려면 반차를 써야 하는데, 회사에 눈치 보면서까지 상담을 받으러 갈 용기가 있는지도 사실 의문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
혹시라도 상담을 받다가 내 이야기가 좀 꼬이거나, 내가 나도 모르게 허언증처럼 사실보다 부풀려서 말하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이상한 걱정까지 들었다. 상담사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혹은 내가 경계성지능장애 같은 건 아닌지 혼자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며칠 전에는 뇌 신경 문제인가 싶어 아밀로이드성 다발신경병증 같은 희귀 질환까지 검색해봤다. 물론 이건 너무 나간 거지만, 통증이 지속되니까 몸이든 마음이든 어디 하나 확실하게 진단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진 것 같다. 어제는 결국 센터에 들어가지 못하고 근처 편의점에 앉아서 캔커피 하나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그냥 멍하니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니, 다들 저마다의 짐을 지고 살고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왼쪽 머리는 묵직하게 아프다. 어제 상담센터 앞에 서 있었던 그 기억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정말 컨디션 난조인지 알 길이 없다. 아마 조만간 다시 그 거리를 지나가게 될 텐데, 그때는 용기를 내서 문을 열 수 있을까.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당장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건 안다. 상담은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게 나약한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게 아니라 그냥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문턱을 넘는 건 어렵다. 다음번엔 정말 들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이번처럼 또 한참을 서성이다 돌아올지 잘 모르겠다. 그저 오늘은 이 통증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만을 바랄 뿐이다.

정신과 간판 보고 망설이는 거, 정말 공감돼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엄청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뇌 신경 문제까지 검색하신 거 보니까, 정말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혼자 끙끙 앓는 것만큼 힘들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