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논현역 근처 정신과 예약의 문턱
며칠 전부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게 며칠씩 이어지니까 일상생활이 좀 힘들었다. 주변에서는 그냥 좀 쉬면 나아질 거라고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결국 신논현역 근처에 있는 정신과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봤다. 그런데 대기 시간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당장 이번 주 안에는 상담받기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어떤 곳은 아예 신규 접수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번아웃인지 아니면 그냥 몸이 지친 건지, 내가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것도 사실 잘 안 됐다. 단순히 두통약을 먹는 걸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함만 커져갔다.
대기 시간과 막막함 사이의 간극
한 군데는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가봤는데, 막상 상담실 앞에 앉아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이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좀 더 버텨봤어야 하는 건지. 대기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다들 나처럼 조용히 스마트폰을 보고 있거나 창밖을 보고 있었다. 접수처에서 받은 서류를 작성하면서 내가 왜 여기 앉아 있는지 잠시 생각했다. 비용은 초진이라 검사비까지 합쳐서 7만 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생각보다 비싸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 정도면 괜찮은 건지 판단도 잘 서지 않았다. 상담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걸 다 쏟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더 이야기하고 싶어도 대기하는 다른 환자들이 많다는 게 느껴져서 그냥 서둘러 끝맺음을 했다.
생성형 AI가 진료실에 들어온다는 이야기
최근 뉴스를 보다가 정신과 의사들이 생성형 AI를 진료 보조로 쓴다는 기사를 봤다.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는 건 아니라고 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조금 묘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물론 상담 내용을 잘 정리해주거나 기록을 남기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횡설수설했던 그날의 감정까지 AI가 제대로 이해해 줄 수 있을까. 의사 선생님도 바쁜 와중에 기록을 입력하느라 고생하는 것 같긴 했다. 그런 걸 보면 보조 역할이 필요하긴 하겠다 싶다가도, 결국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시간의 질이 기술 때문에 변질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뭐, 내가 당장 걱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말이다.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시간들
약봉지를 들고 나오면서 괜히 쓴웃음이 났다. 약을 먹으면 조금 나아질까.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정신과 치료라는 게 드라마처럼 한 번에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그냥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뒤척이는 느낌이다. 대구에 있는 소아정신과를 다니는 지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해결책을 찾으러 가지만, 정작 돌아올 때는 해결책보다 ‘오늘 하루도 어떻게든 버텼다’는 안도감이 더 크다고. 나 역시 지금은 그저 멍하니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이다. 약은 2주 치를 처방받았는데, 이걸 다 먹고 나면 정말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잘 모르겠다. 그냥 며칠 뒤에 다시 오라고 하니까, 그때가 되면 또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