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알 수 없는 왼쪽 머리 통증과 피로감
한 달 전쯤부터였나, 이상하게 왼쪽 머리만 욱신거리는 증상이 잦아졌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요즘 업무량이 늘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고,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기압 차이 때문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하루 이틀 지속되더니 일상생활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다.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왼쪽 관자놀이 쪽이 찌릿하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씻는 것조차 귀찮을 정도로 몸이 축 늘어졌다. 예전에는 퇴근하고 운동도 가고 카페도 들렀는데, 요즘은 그냥 침대에 누워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는 게 일과가 되어버렸다. 이게 말로만 듣던 신경쇠약증인가 싶기도 하고, 단순히 만성피로인가 싶어서 비타민을 이것저것 챙겨 먹어봤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집 근처 신경정신과에서의 첫 대면
결국 버티다 못해 집 근처에 있는 신경정신과를 검색했다. 사실 정신과라는 곳을 처음 가는 거라 문턱이 꽤 높게 느껴졌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찾아보니 진료비는 대략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막상 병원에 들어섰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저마다 무슨 고민을 안고 여기 앉아 있을까 싶어 괜히 남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텔레비전에서는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요즘 중입자 치료니 위고비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최첨단 치료보다는 당장 오늘 내 머릿속을 맴도는 이 묵직한 통증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더 급했다. 대기 시간은 한 40분 정도 걸렸다. 좁은 대기실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으니 숨이 막히는 기분도 들었다.
상담실에서의 묘한 거리감과 허무함
드디어 이름이 불려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물어보셨다. ‘최근에 잠은 잘 주무시나요?’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눕기는 11시에 눕는데 새벽 2시가 넘어도 잠이 오지 않고, 자꾸 쓸데없는 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의사 선생님은 펜을 돌리며 건망증이나 집중력 저하가 없냐고 물으셨다. 사실 건망증도 심해졌다. 방금 뭘 하려고 했는지 까먹는 일이 잦아졌으니까. 선생님은 나에게 가벼운 항불안제와 수면 보조제를 처방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마음공부를 좀 하세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게 참,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는 썩 와닿지가 않았다. 마음공부를 어떻게 하라는 건지, 지금 당장 머리가 아픈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묘하게 처방전을 받아 들고 나오는데 허무함이 밀려왔다.
약을 먹어도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것들
처방받은 약을 3일째 먹고 있다. 확실히 밤에 조금 더 빨리 잠들기는 한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더 멍하고 붕 떠 있는 기분이다. 이게 치유가 되는 과정인지, 아니면 그냥 내 감정을 잠시 셧다운 시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산책을 해라, 걷기 운동이 최고다, 스트레스 관리 좀 해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나. 중랑구 어디가 걷기 실천율이 높아서 스트레스가 낮다는 기사를 봤는데, 동네를 걷는다고 이 마음의 짐이 사라질까. 어제는 길을 걷다가 멍하니 서서 내가 왜 이렇게까지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면 되는 건데, 너무 빡빡하게 스스로를 조이고 있는 건 아닌지.
여전히 남아있는 의문과 조금은 삐딱한 마음
다음 주에 병원을 다시 가기로 했다. 약을 먹으면서 나타나는 증상들을 기록해오라고 하셨는데, 귀찮아서 하나도 적지 못했다. 사실 적을 만한 대단한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제보다는 조금 덜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약 기운에 무뎌진 것 같기도 하다. 병원비도 그렇다. 매번 갈 때마다 이렇게 돈을 쓰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퇴사라도 해서 푹 쉬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모르겠다. 성격장애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던 내 마음이 오히려 나를 더 괴롭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하다. 치료가 끝나면 정말 예전처럼 개운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약 한 알 먹고 잠이나 푹 잤으면 좋겠다.

최근에 잠을 너무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뇌가 계속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건망증이 심해진 것도 답답하네요.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더 힘드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