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심리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기까지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미술심리상담이라는 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아이가 집에서 스케치북에 끄적이는 낙서나 색칠 놀이 같은 게 갑자기 내 눈에는 뭔가 의미심장해 보였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검은색을 많이 쓴다거나, 사람 얼굴을 작게 그리는 것 같으면 괜히 ‘어디 마음이 불편한 건 아닐까’ 하고 혼자서 인터넷에 ‘아동미술치료’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보곤 했다. 아마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을 거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이의 표정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해지는 그 피곤한 일상 말이다. 그러다 결국 순천 신대지구 근처에 있는 작은 상담센터를 예약했다. 요즘은 뭐든 검색하면 다 나오지만, 막상 상담 비용이 회당 8만 원에서 12만 원 정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정기적으로 다니려면 이게 보통 일이 아니겠다 싶었다.
그림 뒤에 숨겨진 감정이라는 것
상담 첫날, 상담사분은 꽤 차분한 인상이었다. 아이에게는 그냥 ‘그림 그리기 놀이하러 왔다’고 말했지만, 내심 나는 아이의 숨겨진 우울증 초기 증상이나 불안 요소를 전문가가 쏙쏙 찾아내 줄 거라 기대했나 보다. 그런데 상담사는 아이의 그림 기술이나 형태보다는 아이가 어떤 순서로 색을 고르는지, 지우개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같은 아주 사소한 습관들에 집중했다. 나는 ‘선생님, 지금 아이가 사람을 안 그렸는데 이게 무슨 뜻인가요?’라고 자꾸 질문을 던졌다. 마치 대단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아이가 지금은 이 색깔을 더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 답변이 너무 싱거워서 속으로 좀 실망하기도 했다.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나 싶기도 하고.
집으로 가져온 숙제 같은 고민들
센터 상담은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약 50분간 진행되었다. 직장 다니면서 그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는 게 생각보다 꽤 번거로운 일이었다. 비 오는 날이나 차가 막히는 날에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아트미술학원 같은 곳에서 배우는 일반 미술이랑은 확실히 다르다고 들었는데, 상담사 선생님은 집에서도 아이가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게 하라고 했다. 숙제처럼 느껴지는 조언이었다. 사실 집에서는 그림 한 번 그리고 나면 뒷정리하느라 바쁜 게 현실인데 말이다. 색연필 다 튀어나와 있고 종이 조각 치우는 것도 일인데, 거기다가 아이의 심리까지 고려해서 대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끔은 숨을 턱 막히게 했다.
비용과 효과 사이에서 맴도는 마음
심리상담센터 한 번 다녀오면 예산이 꽤 깨진다. 한 달이면 거의 40~50만 원 가까이 지출하게 되는데, 이 돈을 들이는 만큼 아이가 정말로 나아지고 있는 건지 확신하기가 어렵다. 어떤 날은 상담 다녀온 후 아이가 더 밝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다음 날 또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소리를 지르면 ‘아, 내가 돈을 잘못 쓰고 있는 건가’ 싶어 자괴감이 든다. 사실 강박증이나 심리적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은 자꾸 빠른 변화를 바란다.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상담센터는 그냥 마음의 안식처지, 해결사가 아니다’라는 뻔한 말만 돌아온다.
결론 없는 기록의 끝
지금도 여전히 센터를 다닌다. 상담사분은 아이가 많이 안정되었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걱정되는 구석이 많다. 사실 상담이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위안을 얻고 싶어서 계속 다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상담이 끝날 때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나오는데, 그 인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영역 같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아이가 크는 시간을 기다려주는 게 더 나은 걸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오늘도 나는 습관처럼 다음 주 예약 날짜를 달력에 적어 넣었다. 이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나의 불안을 치료하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