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인 줄 알았다
몇 년 전, 회사에서 겪었던 그 일이 트리거가 된 건 확실하다. 처음엔 며칠 밤 잠을 좀 설친다 싶더니 그게 몇 달, 아니 몇 년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주변에서 흔히 말하는 ‘번아웃’ 같은 거라 생각했다. 그냥 좀 쉬면 나아지겠지 싶어서 영양제도 챙겨 먹고, 좋다는 베개도 사봤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밤이 되면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기분, 그러니까 몸은 피곤해서 천근만근인데 뇌만 혼자 따로 노는 그 느낌을 겪어본 사람만 알 거다. 반포 근처의 신경과를 다니기 시작한 것도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처방받은 약은 그냥 가벼운 수면 유도제 정도였는데, 지금은 약 종류도 늘어났고 용량도 꽤 세졌다. 그런데도 왜 자꾸 새벽에 깨는지, 이게 진짜 낫고 있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약을 먹어도 새벽 3시마다 눈이 떠진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 관리를 하라고 하지만, 사실 직장 생활하면서 그게 마음대로 되나. 신경과에서 처방받는 약은 한 달에 대략 10만 원 안팎인데, 이 비용보다 더 짜증 나는 건 약효가 듣지 않는 새벽 시간이다. 보통 밤 11시쯤 약을 먹고 잠이 든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 새벽 3시나 4시쯤이면 정신이 깬다. 한 번 깨면 다시 잠들기까지 최소 1시간에서 2시간은 걸린다. 그 시간에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으면 정말 사람이 미칠 것 같다. 스마트폰을 보면 안 된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손은 이미 습관적으로 SNS를 켜고 있다. 남들은 다 잘 자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구멍 뚫린 잠을 자는 것 같아서 괜히 더 우울해진다.
입안이 바짝 마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불면증 때문에 먹는 약 때문인지 자꾸 입안이 마르는 게 느껴진다. 처음에 나는 이게 그냥 날씨가 더워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약 봉투를 자세히 보니 항히스타민 성분이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들이 타액선을 건조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하더라. 이게 참 딜레마다. 잠을 자려고 약을 먹는데, 그 약 때문에 입이 말라서 새벽에 더 자주 깨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차피 불면증 치료라는 게 단기간에 끝나는 게 아니라서 장기전을 치러야 하는데, 몸 어딘가가 계속 불편해지니 의욕이 뚝 떨어진다. 단순히 잠을 못 자는 것뿐만 아니라 몸의 항상성이 완전히 무너진 기분이다.
낮 시간의 무기력함과 대인기피
밤에 제대로 못 자니까 낮에는 당연히 제정신이 아니다. 회사에 앉아 있어도 멍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점점 피곤해진다. 예전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은 점심시간에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이게 혹시 대인기피나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될 때도 있다. 친구들은 그냥 ‘술 한잔하고 자라’고 가볍게 말하지만, 술을 마시면 잠은 빨리 들지 몰라도 수면의 질은 더 엉망이 된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거다. 무언가에 의존하지 않고는 이제 잠을 자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멜라토닌부터 시작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만
주변에서는 멜라토닌이 좋다느니, 하지불안증이 있는지 검사해보라느니 말이 많다. 어떤 지인은 기면증 관련해서도 알아보라고 하던데, 사실 나는 내가 졸음이 쏟아지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피로가 누적된 건지조차 이제는 구분하기 어렵다. 신경과에서 알츠하이머나 치매 예방 차원에서도 깊은 수면이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매일 밤 깨는 내 수면 상태가 나중에 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면 그냥 무섭다. 어제도 3번을 깼다. 오늘 밤에는 부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침까지 쭉 잤으면 좋겠는데, 사실 큰 기대는 안 한다. 이미 몇 년째 반복되는 일상이라 이제는 그냥 이게 내 인생의 일부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병원 예약 날짜가 다가오는데, 이번에는 의사 선생님께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약을 바꿔달라고 할지, 아니면 이대로 그냥 버티면서 좀 더 지켜볼지,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항히스타민 약 때문에 입이 마르는 게 불면증과 수면 깨는 문제 연결되는 거, 정말 흥미로운 관찰이네요. 저도 비슷한 약 복용했을 때 그런 경험이 있었거든요.
밤에 깨는 게 반복되는 느낌이네요. 멜라토닌이나 검사 같은 것도 고려해봐야겠지만, 오래된 트라우마 때문에 몸이 계속 반응하는 것 같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