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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근처 심리상담센터를 예약하고 한참을 망설였다

처음 문을 두드리기까지의 시간

사실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꽤 오래전 일이었다. ADHD 증상이나 우울증 종류 같은 단어들을 검색창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몇 달을 보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게으르거나 의지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는데, 이게 반복되다 보니 일상 자체가 조금씩 삐걱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씻는 것조차 거대한 업무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늘어났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집 근처 심리상담센터를 하나 발견했는데, 비용이 대략 회당 8만 원에서 12만 원 사이라는 글을 보고는 일단 멈칫했다. 매주 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적은 금액은 아니니까. 하지만 막상 전화를 걸어 예약하려니 손이 떨려서 핸드폰을 쥐고만 있었다.

예약 당일과 사무실의 공기

결국 예약한 날, 사무실 건물 5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엄청난 후회를 했다. ‘그냥 집에서 쉬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상담 센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상담사분은 내가 상상했던 엄격한 교수님 느낌보다는 조금 더 일상적인 차림새였다. 안내 데스크에는 상담사 2급 자격증 같은 서류들이 액자에 걸려 있었는데, 그런 걸 보고 있자니 내가 지금 ‘치료’를 받으러 온 건지 ‘학습’을 하러 온 건지 잠깐 헷갈렸다. 처음 10분 정도는 어색해서 서로 눈만 맞추며 날씨 이야기나 상담실 위치를 찾는 게 힘들지 않았냐는 뻔한 질문만 오갔다.

쏟아내고 나서의 묘한 기분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별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3년 전쯤 겪었던 사소한 갈등이나 무력감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타인에게, 그것도 돈을 지불하고 만난 사람에게 털어놓는다는 게 처음엔 참 기괴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상담사가 내 이야기를 듣고 반응해 주는 방식이 친구들의 위로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랬겠네요’라는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게 단순히 비위를 맞추는 말이 아니라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느낌이라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짧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공허함

상담을 마치고 나와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길은 이상하게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뭔가 큰 숙제를 끝낸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내 마음속의 알 수 없는 우울감이나 불안이 한 번의 대화로 해결될 리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알코올 중독이나 조현병 약을 먹는 사람들의 사례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역시 내 마음의 결함을 마주하는 게 두려웠던 것 같다. 상담실에서 나온 직후에는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더니, 역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다시 현실적인 고민들이 밀려왔다. 이번 달 카드값, 다음 주 업무 마감, 그리고 다음 상담 예약까지. 8만 원의 가치를 내가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일시적인 위안에 돈을 쏟아붓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여전히 남는 질문들

한 다섯 번 정도 상담을 다녀오니 조금 익숙해졌다. 이제는 상담실 지하에 주차된 차를 세우는 위치도 익숙하고, 대기실 소파의 삐걱거리는 소리도 기억한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왜 이런 불안을 겪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찾지 못했다. 어떤 날은 상담이 정말 좋아서 일주일이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상담사가 해주는 말들이 다 너무 뻔하게 느껴져서 짜증이 나기도 한다. 내가 정말 나아지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상담이라는 시스템에 적응해가는 건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매주 같은 시간에 센터를 방문하지만, 정작 내가 왜 이곳에 와 있는지 가끔은 잊어버린 채 습관적으로 문을 열 때도 있다. 과연 이 상담이 끝날 때쯤이면,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아니면 그냥 돈을 쓰고 시간을 보냈다는 기억만 남게 될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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